< 삶의 다정한 목격자 >
조금 개인적인, 짧은 글을 써본다.
이상하다. 브런치 스토리는 이상하다.
그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개인적인 말들을 꺼내게 된다.
한편,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친구가 인별그램에서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인 A와 B가 있는데, 밝음과 씩씩함을 담당하는 건 B다.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주고 파이팅이 넘친다.
그와 달리 A는 우울해 보이고 말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B가 세상을 떠나고 A가 그의 자리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다는
내용이다.
세상 밝고 씩씩한 모습을 했지만, 정작 마음이 아픈 건 B였던 것이다.
그가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었던 건, 그도 누군가에게 '괜찮냐. 잘 지내느냐'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씩씩해 보이고 밝아 보인다고 해서,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할 거라는 생각은
프레임일 것이다.
스스로가 씌운 프레임. 타인이 씌운 프레임.
나는 밝아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살았다.
긍정적이야. 씩씩해. 착해.
(그중 '착하다'는 말이 욕이라는 건 20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외 긍정적이다. 씩씩하다는 말은 듣기 좋아하고,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좀 지친 기분이 든다.
한도가 초과된 기분. 이러다간 신용불량이 될 거 같은 불안함마저 든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부정적 감정을 대하는 게 쉽지가 않다.
위험신호를 감지하듯 피하고 싶어 진다.
나쁘지 않은 하루하루인데, 우울이 늘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갱년기야'라고 갱년기 핑계를 대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우린 너무 쉽게 갱년기 핑계를 대곤 하니까.
연령에 따라 우울 증상도 다르다고 한다.
소아청소년은 등교거부, 짜증, 감정기복 심함, 과격한 행동, 극단적 언행,
흥미 상실, 학습력 저하가 있다.
중년의 우울 증상은 상실 및 공허함, 건망증, 건강 염려증, 죄책감과 후회가 있단다.
노인의 우울 증상은 외로움, 불안증, 불면증, 기억력 저하가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엔 공허하고, 무기력해지고 한 없이 가라앉는다.
'이유가 뭐야?'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하기가 어렵겠다.
언니의 죽음, 소중한 사람의 아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공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불투명한 미래?
뭐.. 찾자고 하면 이유야 많겠지만, 원인을 모르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힘들어하는 지인에겐 감정 일기를 써보라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어떻겠냐고 조언해 놓고,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조언은 쉽게 하는 게 아닌 거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네 어쩌네 하며 많은 시간을 그런 것들에 할애하다 보니
정작 내 마음속 저수지가 메말라 가고 있었나 보다.
낚시에서도 (특히 붕어낚시) 배수기는 힘든 시기다.
농번기로 인해 물을 빼다 보니 붕어들의 불안감과 경계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오름 수위는 낚시인들에겐 황금기다.
그동안, 다른 것들에 내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잊고
지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저수지가 끝없는 배수기에 시달렸는지도.
그게 누군가에겐 필요한 샘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무해한 것들과 함께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균형을 찾는 것.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뺏기는 것과 에너지를 채우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너무 애쓰지 않는 것.
나의 저수지의 물을 채우는 방법들은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다.
행복은 빈도수라 했다.
행복의 크기보단 빈도라는 것.
자주 행복한 자가 최고인 것이다.
우울을 견디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울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그럼, 우울도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