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바느질 >
바짓단이 풀려 오랜만에 손바느질을 하다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오래전 꿈을 소환해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때가 묻었는지 동화 쓰기가 쉽지 않네요.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
키워드: 바느질/ 장르: 동화
어둠이 내리기 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집니다.
먼저, 하늘대장간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진 바늘이 도착합니다.
곧이어 투명하고 깨끗한 실타래도 도착해요.
마지막으로 반짝반짝 윤을 낸 별들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나면 별을 바느질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바늘과 실을 가지고 별을 바느질하기
시작합니다.
별을 바느질하는 사람들 중 최고는 여든 살의 왕할머니입니다.
그리고 왕할머니 곁에는 언제나 송이가 함께해요.
왕할머니는 별을 바느질하는 건 최고지만 눈이 잘 보이질 않으셔서 바늘구멍에 실을
넣기가 힘들어요. 때문에 송이가 곁에서 도와줘야 한답니다.
송이가 제 빠르게 바늘구멍에 실을 넣어주면 왕할머니는 코밑까지 내려왔던 안경을
한 번 올리고는 순식간에 별과 별을 바느질합니다.
"사그락 사그락"
사람들의 손과 팔이 움직일 때마다 흰 옷에서는 '사그락 사그락'소리가 납니다.
별을 바느질하는 시간만큼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집중해야 하거든요.
송이의 꿈도 별을 바느질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바늘에 실을 넣는 일을 하고 있지만요.
왕할머니와 별을 바느질하는 사람들이 별과 별을 바느질하고 나면, 키가 큰 몇몇
사람들이 나팔을 붑니다.
"윙"
나팔소리가 울리면 저 멀리서 부리가 길고 긴 날개를 가진 하얀 새들이 날아와 별들을
입에 물고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푸드덕푸드덕"
별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새와 새는 호흡을 맞춰, 줄을 맞춰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넋을 잃고 새들을 바라봅니다.
하늘높이 올라간 새들은 하늘 벽에 별을 붙여놓지요.
가로등 불이 켜지 듯, 하늘에 붙여진 별들은 동시에 불빛을 내며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말이죠.
"우아"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송이와 사람들은 매일매일 감탄합니다.
별빛이 가득 내려앉은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야야"
별을 바느질하는 연습을 하던 송이가 이번에도 바늘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는 손이 모두 구멍 나겠어"
온통 상처투성이인 송이의 손을 보며 대장장이 동이 오빠가 안쓰러워합니다.
동이오빠는 하늘대장간에서 바늘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빠 손도 만만치 않잖아"
동이오빠의 손에도 바늘을 만들다 난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영광의 상처라고"
동이오빠의 말에 송이도 피식 웃습니다.
"네가 바느질 한 별들이 하늘에 걸리게 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동이오빠의 질문에 송이가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송이의 입 꼬리가
쏙 올라갑니다.
"저 하늘의 별들은 그냥 빛나는 게 아니야"
"그럼?"
"먼저 하늘로 간 사람들이 열심히 별을 윤내고 바늘과 실로 예쁘게 꿰어 하늘에
달아주었기 때문이야"
"정말?"
"그럼, 그래서 저렇게 예쁘게 빛나는 거야. 우리 송이처럼"
"그럼, 나도 별을 바느질 하는 사람이 될래"
하늘로 오기 전 송이엄마가 송이에게 해주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엄마 말은 틀린 적이 없어'
물론, 별을 바느질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낮 동안은 별을 바느질하는 연습을 하고, 또다시 저녁이 되면 송이는 왕할머니 곁에서
바늘구멍에 실을 넣어줍니다.
언젠가 송이가 바느질 한 별들도 하늘에서 반짝이는 날이 오겠지요.
그 별이 송이가 바느질 한 별이라는 것을 엄마는 한눈에 알아볼 거라고 송이는
믿습니다.
송이는 한다면 꼭 하는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아니까요.
오늘도 하늘의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