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 사이의 균형에 대하여
영화 '서울의 봄'은 이미 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관람한 영화로, 2023년 최대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입니다. 따라서 그 수익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영화는 재미를 위해 허구적 요소를 추가할 수 있으나, 역사적 사실관계나 어떤 사건이나 개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사실과 허구 사이의 균형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상수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각색할 때는 재미를 위해 허구를 더 했는데 사실이 몇 % 인지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썩였다"
영화라는 것은 결국 대중의 문화적 감수성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교육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 매체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중의 문화적 감수성은 종종 정치적 이해로 전이되기도 하지요.
실제로 '서울의 봄'을 관람한 대부분의 관객은 '심장박동수가 빠르게 올랐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였고, 전두광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얼굴에 구멍을 뚫는 등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이러한 것이 마치 당연하듯 지지하기도 하였지요.
예술가들, 특히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표현할 권리와 흥행에 따른 수익 취득의 권리를 가지지만, 그와 반면 그에 상응한 책임 역시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예술적 가치든, 명예든 말입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두광이 전두환이라는 사실과, 이태신이 장태완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감독은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순신 장군상을 오버랩 시키고, 역사적 인물인 장태완을 이순신 장군을 연상케 하는 이태신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 젊은 층은 영화를 통해 이들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가늠할 것입니다.
폭력과 비폭력의 명제에서 도덕적이나 사회적으로 '폭력'은 결코 '비폭력'에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관점이나, 상대적 관점에서는 때로는 폭력은 신성화되기도 하고, 정의화 되기도 하며, 폭력의 당사자는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사안으로 돌아와, 김성수 감독의 발언은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영화 제작에서 흔히 발생하는 역사적 정확성과 예술적 자유 사이에서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씁쓸한 사회현상일 겁니다.
끝으로, 이런 글을 쓴다거나 주장을 하게 될 때 저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저를 걱정합니다. 바로 이지점이 우리가 권력을 경계하고 견제하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