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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Aug 18. 2023

8) 후지산의 명물 국수, 호토

맑은 날의 야마나카 호수 탐방기

 버스는 나를 아무도 없는 산길 한복판에서 내려주었다. 야마나카호수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도로 건너에는 나무로 만든 산장 같은 건물 하나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면 좀 더 북적거리고, 접근하기도 쉽고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기내 반입용 빨간색 캐리어를 질질 끌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산중턱에 느닷없이 있던 인포센터. 그 뒤로 후지산이 보인다.

“스미마센”

 일본어를 못하는 내가 말을 걸 때는 늘 스미마센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상대가 ‘무슨 일이지?’라는 눈빛을 주면 그때는 쉬운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 그것조차 통하지 않을 때는 번역기를 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인포 센터에 있던 중년의 남자 직원이 캐리어를 끌고 온 나를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캐리어를 맡길 수 있을까요? 두 세 시간 동안만요” 

 흔쾌히 허락했으나 설명하는 걸 어려워하는 그 남자 직원 뒤로 영어가 능숙한 40대 정도의 여자 직원이 내게 이름과 한국 전화번호를 남겨달라고 했다. 산길에 느닷없이 있는 인포센터로 누군가가 캐리어를 끌고 오는 일은 없었던 모양인지 두 사람 모두 이런 상황 자체가 어색한 듯 보였다. 친절했던 두 사람은 나와 간단한 대화를 한 후 내게 한국어로 된 야마나카호수 지도를 주었다.      


 이날도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날이 완전히 맑았다. 맑다 못해 햇빛이 눈 부시게 강렬했다. 호수를 따라 있는 산책로는 마치 등산로 같았다. 내가 꿈꾸는 호수 산책은 건너편으로는 후지산이 보이고, 날은 선선하고 주변은 탁 트여서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그런 거였는데 나는 후지산과 같은 방향에 있었고, 날은 뜨거웠으며, 호수를 둘러싼 수풀들은 호수를 비밀처럼 꽁꽁 숨기고 있는 듯 했다.      

날은 말도 안되게 뜨거웠지만 덕분에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잘 나왔다. 오리배 뒤로 구름에 가린 후지산이 보인다.

 

 산책로에서 벗어나 호수 쪽으로 나오면 호수를 따라 오리배 선착장이 많았다. 가와구치(河口)호수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면, 야마나카(山中)호수는 주말 산책을 온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호수의 오리배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었다. 호수 근처의 흙은 화산재처럼 새까맣고 바다의 모래사장처럼 발이 쑥쑥 잘 빠졌다. 호수 근처를 걷다가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먹으려고 도로 쪽으로 다시 올라왔다.     


 구글맵 검색을 통해 인포센터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호토집을 발견했다. 검색에 따르면 호토(ほうとう)는 야마나시현의 향토 음식으로 미소(일본식 된장) 국물에 수제비와 칼국수 그 사이 어디쯤 되는 면이 들어있고, 호박, 감자, 배추, 버섯 등의 야채가 들어가 있다고 했다. ‘난 시즈오카를 여행 중인데 갑자기 야마나시?’라는 생각이 들어 더 검색해보니 후지산은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 사이에 있고, 내가 있었던 가와구치호수와 야마나카호수는 모두 야마나시현에 속해 있었다.      



 신발을 벗고 앉는 자리에서 주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토가 뜨거운 냄비에 담아 나왔다. 분명 미소 베이스의 국물인데 지금까지 먹었던 미소 맛과는 조금 달랐다. 덜 짜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국수 위로 깨가루가 듬뿍 뿌려있어서 고소한 맛을 더했다. 창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얼굴을 식혀주었다. 몹시 더운 날 먹은 뜨거운 호토는 내가 먹은 일본 음식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도 1350엔으로 부담없었다. 이열치열이 어울리는 뜨겁고 담백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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