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카 타츠야 '미니어처 라이프' 감상기
2월이 다 끝나가던 어느 날, 나와 시드니의 여러 전시를 종종 같이 보러 다녔던 싱가포르의 친구 K는 전시회의 링크 하나를 보내며 ‘귀여운 것 같아’라고 코멘트했다. 생활 속 물건들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해석해서 미니어처 모형들과 함께 꾸며놓은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자국에서 열리지도 않는 전시회임에도 충분히 K의 관심을 끌만해 보였다.
생각해 보면 나와 K는 신기한 전시회에 세 번이나 갔었다. 모두 K가 어떻게 찾았는지 ‘이런 게 있어. 너랑 가면 좋을 것 같아’라고 해서 그저 쫓아다녔을 뿐이었다. 관객이 직접 예술에 참여한다던지, 바닷가 산책길을 따라 느닷없는 조형물들이 있다던지, 전시품에서 냄새(향)가 난다던지, 무언가 평범한 게 없었다.
‘재밌어 보인다. 꼭 갈게’라고 약속한 지 3개월. 어느새 전시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계속 미뤄두며 가지 않은 건 후기로 보건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였다. 전시는 아무래도 시간을 두고, 한적하게 감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 전시는 언제 가도 사람들이 많은 듯 싶었다. 지나치게 북적대는 분위기 속에서 쪼끄만 미니어처들을 볼 생각을 하니 그냥 안 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결심을 한 건 그저 친구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붐비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던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마치 주말 놀이공원인 듯 긴 줄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아니 평일 오후인데?’
전시품이 있는 벽 사방이 사람들의 줄로 채워졌다. 유명한 전시회 몇을 다녔지만 이런 건 처음 보았다. 입장료가 18,000원이나 하는데도 이 정도인데 더 저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줄 안에 있다 보면 반 발자국씩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 앞뒤 사람들의 대화가 서로 섞여서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게 감상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때에는 줄에 꼼짝없이 끼어서 사람 손가락보다 작은 미니어처 한 작품만 뚫어져라 보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작품에서도 정지한 상태로 작품의 여기저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도, 또 다른 작품에서도.
‘줄에 끼어서 어쩔 수 없이 오래 보게 되는구나’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작품도 정지할 수밖에 없어서 보다 보니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전시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관성처럼 작품 하나하나를 세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건너 건물에 2시간 주차권이 있어서 주차를 했는데 출구에 오니 어느새 15분밖에 남지 않았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시간 30분이 넘게 전시를 감상한 게 얼마만인지... 일상생활의 평범한 물건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가처럼 나 또한 움직일 수 없이 북적이는 전시회의 상황을 ‘멈춰서 자세히, 오래 볼 수 있는 계기’로 전환해서 생각할 수 있음에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