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껌 Jan 08. 2024

서점 직원은 왜 내가 못 찾는 책을 잘 찾을까?

 “H구역 6번 네 번째 선반...”     

 중고 서점의 한 책장 앞에서 쭈그려 앉아서 네 번째 선반의 책 처음부터 제목을 쭉 훑었다. 중고책이라서 그런지 배열에 엄격한 규칙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제목이나 출판사의 가나다순이 아닌, 그저 같은 주제의 중고책이 가득 꽂혀있는 그 책장에서 나는 제목을 쭉 훑다가, 출판사 이름으로 넘어가 다시 한 번 쭉 훑었다. 내가 찾는 책은 없었다.     


 책장 가장 위에도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저게 첫 번째 줄인가?’하고 세 번째 줄도 쭉 보았다. 역시 찾지 못했다. 웬만하면 부탁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뽑은 위치 종이를 건네든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찾던 그 책을 가져왔다.

 “그게 거기에 있었나요?”

 의아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데. 거기 분명히 없었는데.     


 “네. 책장 가장 위가 첫 번째 줄이에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나도 그런 것 같아 세 번째 줄도 찾아 보았단 말이죠. 문득 일 년 전 쯤 다른 서점에서 책을 못 찾아서 직원의 도움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어... 여기 있어야 되는데.”

 나와 함께 책이 있는 곳으로 표시된 책장 앞에 선 직원은 책이 빽빽히 꽂힌 책장 빠르게 아래 위, 좌우로 스캔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얼마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몇 분간을 책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직원의 시간을 너무 오래 뺏는다는 느낌이 들어 미안했다.      


 “없으면... 괜찮습니다.”


 그는 책장의 책들에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답변했다.


 있어요.”


 마침내 시선을 내게로 옮긴 그는 이어 설명했다.

 “가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여기 저기에 꽂아놔요. 아마 다른 데에 꽂혀 있을 거예요.”

 그의 눈빛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나 또한 설득이 되어 직원과 함께 근처 책장까지 살폈다. 정확하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 지 모르겠으나 대략 1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슬그머니 나타나 내가 찾던 검은색 표지 책을 내밀었다. 다른 책장에 꽂혀 있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나의 감사 인사를 받은 후 직원은 자연스레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거기에 있다’는 확신. ‘거기에 있지 않다면 여기 어딘가에든 있다.’는 확신. 그 유무가 나와 서점 직원의 차이였다.


 새해에 책 몇 권을 찾고 있다. ‘아마도’ 있다가 ‘분명히’ 있다가 될 때 즈음 책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확신이든 아니든 소망과 의지를 담아본다. ‘찾겠다’라는.


사진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A%B0%88%EC%83%89-%EB%82%98%EB%AC%B4-%EC%84%A0%EB%B0%98%EC%97%90-%EC%B1%85-2JIvboGLeho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에서 운전하는 게 무슨 의미냐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