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우리를 믿어줘서 고마워(Thanks for believing in us)"였다. 여기에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1년 반 전 나는 '이 시대의 플라토닉 러브'라는 글을 썼었다. 내가 호주에서 만난 오만의 18살 소녀 주마나는 시간이 지나 20대 중반의 여인이 되었고, 코로나로 오만으로 돌아왔다가 마지막 학기를 호주에서 마쳐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돌아갔다가 같이 수업을 들은 30살 남자와 무려 1년동안 매일 전화를 하며 모든 시시 콜콜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와는 그 어떤 스킨십도 없었고 같이 있었을때나 오만으로 돌아갔을 때나 매일 연락하고 서로 챙겨주었지만 서로 좋아한다는 고백도 없었다. 그녀와 그녀의 집안은 독실한 무슬림이고, 그는 연인사이라는 것이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알기에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든 몹시 하고 싶어했고 그렇게 나는 모니터 너머로 그녀의 플라토닉 러브스토리를 2시간이나 경청했다.
타인의 사랑에 확신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내가 소중히 남긴 작은 말이 타인의 사랑에 도화선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1년 반 전 나의 마지막 말은 “네가 어떤 직업을 가질지, 호주로 돌아갈지, 가족이 지지할지, 그 사람이랑 결혼할지 그런 거는 나도 잘 모르겠고, 확실한 건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해.”였다.
오늘 내가 받은 메세지는 이렇다.
"네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래. 우리가 대화한 지 시간이 좀 지났지? 예전에 내가 말했던 복싱 가이 기억나? 그게, 우리는 결혼을 하고 싶거든. 나의 가족에게는 아직 말을 못했어. 지금 시드니에서 오만으로 가는 비행기에 탔어. 너무 떨리고 부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어.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믿어줘서 고마워(Thanks for believing in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