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호
아들 형제를 키운다. 작가 소개에 있는 '다정한 아들들'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나의 이력에 굳이 '다정한!'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내게는 자랑이기 때문이다. 아들 형제에 대한 고정관념은 잘 알 것이다. 어릴 때부터 둘을 데리고 외출하면, "엄마가 힘들겠다. 엄마는 딸이 있어야 하는데......"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전혀 힘들지 않아요. 저희 아이들은 정말 다정하거든요!"라고 말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다정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사랑스럽고 포근하다.
다만 오늘의 글에서 1호는 열외다. 타고나길 천상 F였던 1호는 본격적인 사춘기라서 완벽한 대문자 T로 진화 중이다. ㅠㅜ 나중에 작가 소개에서 '아들 한 명만 다정한' 또는 '다정한 아들들'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 너무나 사랑스러운? 호랑이 신랑만 남을 것이다. 여보, 잘할 수 있지? 허허허 허허허허허허어엉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며칠 전 2호가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종일 폰을 보는 것을 보았다. 그날은 휴일이라 잔소리는 하지 않고 대신 사진을 찍어 라인드로잉을 했다. 최근에 선재 업고 튀어의 라인 드로잉을 연습한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2호를 그리고 보니, 다행히 싱크로율이 85% 이상이다. 아이에게 보여주자 마음에 들어 했다. 흐뭇하다.
요즘 우리 집 서열 1위는 단연코 2호다. 사실 2호도 사춘기 입문단계지만, 아직 말랑콩떡 마시멜로 같은 달달함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만재 애교스킬은 넘사벽이다. 그것은 거의 치사량 수준이라 우리 부부는 매일 심장을 부여잡는다.
예를 들기 위해 예전에 올린 그림을 다시 올린다.
그날 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별로라고 해서 긴장했다가 감동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것뿐인가? 어떤 날은 대답하기 버거울 만큼, 매일 수십 번씩 "사뚜"라고 이야기한다. '사뚜'는 '사랑한다 + 하트'의 합성어로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언젠가 테이블 위의 사탕 좀 갖다 달라했더니, 사탕을 손에 쥐어주고 볼에 뽀뽀를 '쪽' 한 후 ‘이건 덤이야'하며 쓰윽 지나가서 심쿵한 적도 있다.
아이의 다정함을 배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나의 배우자가, 현관문에서 반기는 아이의 다정한 말을 들으며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볼 때 무한한 힘을 느낀다.
다정한 것은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2호야, 넌 다 괜찮아.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사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