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 두유가 더욱 맛있는
오후 내내 식탁의자에 앉아있었다.
기다리던 대본집을 받은 기쁨에 티빙 화면과 맞추며 미방영씬을 뒤적이다가 불현듯 저녁시간이란 걸 깨달았다.
메뉴 따위 1도 생각이 없었지만, 급한 대로 일단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안방에서 신랑이 나오더니, 갑자기 짜파게티와 군만두를 만들었다. 야호! (엄청난 내적 환호) 뚝뚝하지만 가끔 요섹남이라 고맙다. ㅎㅎ
에어컨을 튼 안방에 삼부자가 옹기종기 모여있더니, 의견을 통일한 모양이다. 저녁 준비 걱정이 사라진 나는 지금도 식탁 의자에 편히 앉아있다.
거실에 부는 바람이 매우 거세다. 아파트 동과 동사이를 맴도는 바람 소리가 마치 겨울산을 가로지르는 시린 바람 같다. 덕분에 꿉꿉한 습기도 사라지고 마음까지 뽀송하다.
검은콩 두유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바람 불어 좋은 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