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태프 Aimory

현실의 일에서의 성장과 왜곡되고 소심한 꿈과 마찰

by Amory


코엑스 별마당

낙성대에서 코엑스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엑스를 지나간다. 빈틈없이 메워진 매장앞에서 수 많은 냄새와 상업적 이득을 위한 향기들이 일방적으로 내 코를 쳐들어온다. 여러 사람들이 내는 뭉개진 소리와 매장마다 고유의 영역을 지키듯 내는 스피커의 음악 소리들이 모두 일그러져서 귀에 들어온다. 마치 수영장에 귀를 반쯤 잠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엑스의 허리 부분에는 상가와 분리없이 열린 공간의 서점인 별마당도서관이 있다. 수 많은 소리와 도서관이라는 단어는 매칭되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도서관은 이 정도로 시끄러울까 생각해본다. 대구에서 올라와 익숙하지 않은 서울에서 처음보는 명소는 무척 아름다웠다. 서울이라는 도심이 아니라면 지을 수 없는 건물의 크기와 화려한 인테리어와 건축들 그저 방문했을 뿐인데 자신이 좀 더 서울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공간은 기억속의 서울 스케치를 좀 더 빽뺵하게 채워줬다.

첫 근무의 복장 규칙은 깔끔한 올블랙이었다. 서비스직의 기본값은 늘 블랙이다. 골격이 완전히 커지지않은 20대 초에게 검정 바지와 검정 티셔츠를 입히고 처음하는 일이라는 긴장까지 입히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초라한 검정 길고양이 처럼 매장을 들어가 직원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첫 근무하게되었는데요…” 그러자 한 직원이 살짝 놀라면서 “어어.. 잠시만요”하고는 매니저를 찾으러 간다. 이런 상황을 수십 번 겪지만 첫 근무에서는 이상하게 한 번에 “잘 오셨군요 반가워요 저는 최수연이고 영어 이름은 사브레라고 합니다. 첫 근무라니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제가 매니저님을 불러줄테니 편하게 둘러보고 계세요” 라는 식의 좀 더 품위있고 표준적인 첫 연결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첫 인사는 평생 기억이 남을텐데 현실은 각자의 태엽이 빠르게 흘러간다.

첫 근무지의 만난 점장이나 매니저들은 근본적인 성격이 친절한 편이었다. 감성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패션업계에서는 인성 ‘A’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입사전 룸메이트에게 주워들은 얘기로 매장에서 엄청나게 혼난 이야기들을 출처없이 주워들은 것들과 서비스 직 특유의 가식적인 웃음과 바쁜 일에 짜증과 정신없는 소음과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특유의 무기력한 표정 사이에서 나의 부족한 모습에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친절하게 마주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근무지의 시기나 사람들이 나름대로 좋았던거 같다. 파트타임 업무를 제외하고 첫 근무인데 입사일이 일주일내로 같은 동기가 2명 있었다. 기억상으로 나보다 3일정도 먼저 입사했는데 그 당시에는 하루라도 많으면 선배 대하시듯이 깍듯이대했다. 동기 중 한명은 남자였고 나와 동갑이였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는 배우 정일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성격은 조용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성격이였다. 신중해보인다기 보다는 재수없어 보이기 쉬운 성격같았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나보다 한살 많은 여자였다. 기가 쎄보이면서 가까운 사람에게 무한정 편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의 인상이었고 실제로 성격도 가까워지니 살갑고 친절한 성격이었다.

초반의 일은 당연하게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자라홈은 인테리어 용품 브랜드로써 침구나 테이블웨어 프레그런스 등을 팔았다. 이러한 각각의 상품은 제 나름대로 사이즈나 컬렉션이 있었고 각 상품에 대한 고객의 질문이나 설명해야하는 내용이 각자 존재했다. 사람을 서비스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긴장이 되는 나에게 손님들의 질문과 눈빛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5분 정도의 간격으로 “어서오세요 자라홈입니다. 필요하신 상품 말씀해주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했고 짬이 나는 시간마다 상품들을 정리하며 어떻게 정리해야 좀 더 깔끔하게 되는지 상품이 어떤것이 있는지 계속 파악했다. 목이 말라도 물 먹는 것이나 화장실가는 것을 점심까지 참고 몰아서 했다. 물 먹는 것이라든지 화장실 가는 것 자체로 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응대하는 자리를 비운다는 것에 신경써야했고 편하게 자주하기에는 분명히 눈치 보이는 행동인 직장이었다.

패션회사답게 겉모습이나 행동 말투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걸 좋아했다. 그러한 일 부분으로 영어 이름을 썼다. 당시의 난 그런 허영된 것들을 좋아했고 영어 이름도 미리 준비해놓았었다. 군시절 스콧 피츠제럴드의 낙원의이편을 읽으며 주인공의 이름인 에이머리(Amory)가 멋있어 보였고 다음에 영어이름을 사용한다면 에이머리로 영어이름을 써야겠다고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나의 영어 이름은 에이머리가 되었다. 다만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Aimory라고 적었는데 추후에 소설의 주인공은 ‘Amory’로 i스펠 없이 표기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변경 신청이라든지 필요성의 이유에서 그냥 소설과 표기가 다른채로 사용했다. 그리고 나는 영어 이름인 에이머리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에이머리는 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느꼈고 열심히 일했다. 조심스럽고 성실한 에이머리의 태도는 다행히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점점 일을 적응하고 응대하는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점점 명확해졌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일하는 시간에는 대화하는 것이 눈치보였기 때문에 창고에 지나가다 간간히 대화를 조금씩 나눴었는데 그 짧은 시간의 하루의 기분을 재미있게 바꿀 정도로 짧고 큰 즐거움도 있었다.

매장 근무는 스케줄 근무라서 출퇴근 시간이나 요일이 항상 달랐다. 그래도 패턴은 주 5일이므로 보통 3일정도 마감을 하고 쉬었다가 2일정도 오픈 근무를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상품 박스들이 들어오는 날이라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했었는데 그런 날들이 걸리면 일어날 걱정에 전날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오고 했었다.

현실의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꿈이 있었다. 꿈이 소중하다거나 즐겁다기 보다는 놓을 수 없는 꿈이였었다. 물론 그 당시는 지금보다 음악을 들으면 자유롭다는 느낌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음악을 하는 상상에 가슴이 설레이곤 했었지만,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거나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던가 그런식에 순수한 꿈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음악으로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고 나라는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에 결국에 잘 될 수 있을거란 막연한 상상을 했고 그 상상은 불안할 수 록 더 강하게 붙잡았다.

하지만 나의 야망이니 고민만큼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이어폰을 오래 쓰고 노래를 듣는다던가 자신의 특별한 취향을 인정받으려 노력하듯 사람들이 듣지 않는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였다. 할 수 있는게 노래를 듣는거 밖에 없는건지 도피방법이었는지 자신이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꿈과 목적과 행동이 모순되고 뒤엉켜있는 시기였었다. 뒤엉킬수록 나 자신은 급해졌지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혼자 늘 불안해하고 있었다. 쉬는 날이라고 특별한 여가활동이 있지는 않았다. 간간히 쇼핑을 하였고 한달에 한번 본가인 대구에 내려가고 짬이 나면 노래를 듣고 또 짬이나고 차분한 에너지가 있을 때면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조금씩 연습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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