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수수께끼 책
이른 봄, 차분함 없이 불안한 계절.
입사 5년 차 고이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회장, 가네코의 별장에 2박 3일 초대된다.
"아니, 뭐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네. 지금까지도 해마다 젊은 사원이 초대받았으니까. 평소처럼 지내면 돼. 회장님도 격식을 차리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니까 말이야. (중략)
자네는 선택된 거야."
"실은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네만, 해마다 이 '봄의 다과회'에 초대할 손님을 정하느라 늘 골치를 썩이고 있다네. 사원들 이력서부터 샅샅이 뒤져야 하니까 말이야."
비서 에비사의 초대말, 13~14쪽
가네코 회장과 그의 친구 3명은 방마다 책으로 가득한 집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찾고 있다. 그 책은 200부만 발행한 사가판(개인이 만든 책)으로, 그마저도 다시 회수했다고 한다. 그 책은 나누어 줄 때부터 조건이 있었다.
하나, 작가를 밝히지 않는 것
하나, 사본을 만들지 않을 것
마지막, 친구에게 빌려줄 경우 단 한 사람뿐, 하룻밤만
이상한 조건에, 다시 회수되어 희귀한 책이, 총 4부로 이루어진 [삼월은 붉은 구렁을]-(책 속의 책은 이하, [삼월]로 명명)이 넓은 집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고이치를 제외한 4명은 이 책의 일부를 읽어본 사람들이고, 고이치는 기묘한 이 책을 소개만 받고 정작 읽지 못하는 처지에 있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밥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고이치는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충동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읽고 싶다, 그 책을. 시간을 잊고 탐욕스럽게 책을 읽는 행복. 그런 기쁨을 알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좀처럼 체험하지 못했다. 책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대해 감동도 둔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명백히 자기보다 한층 더한 독서가인 듯한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열중할 수 있는, 읽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책이란 어떤 책인가?
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은, [삼월]이라는 동명의 책을 안고 있다. 책 속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1부 기다리는 사람들
: 회장님 집에서 책을 찾는 고이치
2부 이즈모 야상곡
: 다른 출판사에 다니는 두 편집자가 [삼월]의 작가를 찾으러 가는 내용
3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예쁘고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두 소녀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
4부 회전목마
: 미즈노 리세가 2월에 습지 뒤에 있는 기숙학교로 전학 와서 겪는 일
[삼월]
1부 흑과 다의 환상, 부제 바람의 이야기
: 장년 남녀 네 명이 여행하며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
2부 겨울 호수, 부제 밤의 이야기
: 주인공 여성이 실종된 애인을 애인의 친구와 찾는 이야기
3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부제 피의 이야기
: 가족과 함께 해변의 피서지에 온 소녀가 생이별한 이복오빠를 찾는 이야기
4부 새파리, 부제 시간의 이야기
: 어떤 작가가 소설을 쓰는데, 자기 소설 이미지에 늘 등장하는 소녀가 있고, 그 소녀를 유추하는 내용
[삼월] 1부는 이 책의 작가 '온다 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으로, 4부는 미즈노 리세를 중심으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 [도서실의 바다]와 연결된다.
[흑과 다의 환상]은 [삼월]에 소개된 바와 같이 4명의 남녀 친구들이 마흔을 앞두고 전설의 벚나무를 찾아 숲을 여행하며, 수수께끼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목차는 네 사람의 이름으로 상, 하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되었다.
이런 여행이 실현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대학시절의 친구, 고등학교 때의 친구, 옛 애인.
그런 멤버들과 여행할 기회는 어지간해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어째서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까?
(중략)
재미있는 여행이다. 어쩌면 나도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담배를 재떨이에 끄고 조용히 일어섰다.
오랜 세월 수수께끼였던 나 자신의 정체를.
하권, 15~16쪽
책 속의 책, 책 밖의 책
잘 만들어진 팝업 카드를 열면, 탄성이 나온다.
평면의 세계에서 확장된 입체의 세계
이 책은 정교한 팝업 카드와 같다고 생각한다.
액자 소설 구조의
<책의 미로> 첫 번째 작품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한 번 읽어보시길
[더하여]
이런 구조는 최근 발간한 [둔색환시행]에서 재현된다.
[둔색환시행] 소설 속에 [밤이 끝나는 곳]이라는 저주받은 소설이 나온다.
그런데, [밤이 끝나는 곳]이 같이 출간되었다. 소설 속 작가의 이름인 '메시아이 아즈사'가 작가로 있는 뒤편, 원작가인 '온다 리쿠'가 앞인 리버서블 커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