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천재들

초콜릿 코스모스, 꿀벌과 천둥, 스프링 / 온다 리쿠

by 설애

2008년 초콜릿 코스모스

2017년 꿀벌과 천둥

2025년 스프링

온다 리쿠의 '예술가 소설'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소설들에는 천재들이 있다. <초콜릿 코스모스>의 사사키 아스카는 천재 연극배우이다. 눈으로 본 것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꿀벌과 천둥>은 피아노 경연 대회를 배경으로 양봉가의 아들이어서 '꿀벌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가자미 진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피아노의 대가인 호프만 선생님의 개인적인 사사를 받은 것도 모자라 그의 추천서를 가지고 단번에 이 경연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스프링>은 발레에 대한 이야기다. 발레리나 요로즈 할(하루)가 안무가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연극배우, 피아니스트, 발레리나로 이어지는 이 천재들은 대략 10년 간격으로 등장한다. <스프링>은 온다 리쿠 데뷔 30주년 기념작이다. 배우의 연기와 피아노의 음악을 엮은 발레 공연, 즉, <스프링>은 <초콜릿 코스모스>와 <꿀벌과 천둥>의 경험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소설인 것이다. 온다 리쿠의 집요함이 이 천재들을 창조해 냈다.

결국, 온다 리쿠야말로,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초콜릿 코스모스>를 떠올리면 아직도 그려지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인 소녀, 아스카가 길거리에서 목표물을 탐색한 후, 그 사람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묘사한 장면이다. 그 소녀가 사라지고 대상이 된 사람이 복사된 것처럼, 그 대상이 쌍둥이처럼 생겨난다고 했다. 읽으면서 소름 돋았던 장면이고, 마치 내가 그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장면이었다. 아스카가 극단에 입단하기 위해서 바람을 연기하는 장면도 숨 막히게 읽었다. 이 장면들은 이후 <스프링>에서 발레 동작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스프링>에서는 발레로 나무를 표현하는, 결국 나무가 되는 장면이 압도적이다. 즉, 바람이나 나무처럼 무생물을 연기하는 장면으로 주인공들의 천재성을 입증했다.




천재는 하늘에서 내려준 재능일까? 천재가 아닌, 범인들의 입장에서 천재를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드는 것일까? 피아노 천재의 선생님이었던 호프만 선생님은 추천서에 이렇게 쓴다.


여러분에게 가지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유지 폰 호프만의 추천서, <꿀벌과 천둥> p41


천재란, 이렇게 '선물'이나 '재앙'이 된다. 천재의 옆에 있는 노력하는 누군가는 그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특히, <꿀벌과 천둥>에서는 그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심사도 편안하지 않다. <초콜릿 코스모스>의 아스카의 재능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안하여 이렇게 말한다.


그 애는 대단히 우수한 기계 같아. 남이 하는 걸 보고 그걸 반추해서 똑같이 재현할 수 있어. 이제까지 자기가 봐온 걸 조합해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탁원한 반사 신경으로 반응해서 경한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하지만 거기에 그 애는 없거든. 그 애한테는 '자기'가 없어. 자아, 에고, 자존심, 허영심, 수치심, 그렇게 바꿔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 '자기'라는 것에 대해 그 애는 생각을 안 해.

<초콜릿 코스모스> p488

결국, 온다 리쿠의 기계 같은 천재는 아이 같은 천진한 천재로 변했다가, 성장형 천재로 완성된다. <초콜릿 코스모스>에서 표현되었던 연기하는 기계는 <스프링>에서 발레를 잘하면서도 안무를 표현할 수 있는 안무가인 하루로 성장한다. <벌꿀과 천둥>에서 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행복하게 피아노를 쳤던 혜성 같은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스프링>의 안무가 하루로 자라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스프링>의 하루는 재능도 있지만, 그 재능을 꽃피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소설의 계단식 성장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의 성장을 볼 수 있게 한다. 이미 온다 리쿠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할머니는 진짜 멋진 천재를 키워낸 것이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복사해 내는 소녀가 연극으로 입단하는 과정을 그리고, <꿀벌과 천둥>은 혜성처럼 등장한 소년이 피아노 경연을 시작하며 마감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스프링>에 이르러서야, 소년이 성인이 되고, 발레리나가 안무가가 되어 자신의 영역에서 안전하게 성장해 낸다. '예술가 소설' 3부작이라고 표현하지만,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천재들의 등장과 성장에 대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천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스프링>은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뛰어오르다]는 발레 천재의 등장을 하루의 친구이자 발레리나인 후카쓰의 시선으로 쓰였다.

[싹트다]에서는 일본에서 독일로 유학 가는 과정이 하루의 삼촌의 시선에서 서술되었다.

[솟아나다]는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그가 안무가가 되고 어떤 작품으로 성장하는지, 음악 감독 나나세의 시선으로 표현되었다.

[봄이 되다]는 하루 본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하는지 적혀있다.


이렇게 나누어진 챕터를 통해 천재 안무가 하루가 성장하는 시간 순서대로, 여러 인물의 서술을 통해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하루가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서 어떻게 그를 성장시켜 왔는지를 볼 수 있다. '선물'이나 '재앙'으로 그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방식으로 천재를 표현했다. <스프링>이 완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전 작품에서 천재를 발견해 내고, 표현해 내는 것을 뛰어넘어 천재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각 50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장편 소설(꿀벌과 천둥은 700 페이지에 달한다.)들을 읽는 것은 넘어설 수 없는 천재들의 재능의 표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천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그 재능을 발현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예술가 소설' 답게 이 책들에 표현되어 있는 책들이나 음악들, 연극이나 발레 공연들에 대한 묘사를 읽는 것만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도 충족한다. 특히, <꿀벌과 천둥>을 통해 클래식이 표현되는 방식, 음악이 어떻게 글로 묘사될 수 있는지 보는 것은 독자로서 너무 행복한 일이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지만, 음악을 들어가며 읽으며 상상해 낸 그들이 영화에 충분하게 담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책의 미로> 서른한 번째 책

온다 리쿠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예술가 소설'이자,

'천재 시리즈'인 이 책들을 읽어 보시길.


얼마나 농밀한 시간이었던가.
마사미는 주위 관객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꿈에서 깨어난 기분.

<꿀벌과 천둥> p582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