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조개껍데기,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다가 말았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었다. 취향에 맞았다. 그래서 다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꺼냈다. 그 언젠가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다시 덮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해 찾다가, <사이보그가 되다>를 찾아 읽었다. 작가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대학 시절의 글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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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기 위해 살지는 않습니다
아빠는 내가 상을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상장을 보고는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초엽아. 너를 칭찬하는 말들 앞에는 항상 ‘역경을 극복하고’ 같은 말이 붙네.”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네. 어쩔 수 없나 봐.”
김초엽 작가는 10대 후반에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3급 청각장애인이 되었고, 포항공대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그러니까 과학을 전공한 소설가이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장애로 인해, 대견하다고 칭찬받는 삶을 살고 있으나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녀는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대견하다거나 꿋꿋하다거나 표현하는 것에 저항을 느낀다는 맥락을 이해했다.
우리는 낯선 상황을 만났을 때, 관용적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라고 한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이 표현은 적절할까? 그러니까, 내가 장애인이 아닌 사람에서 장애인이 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일까? 그 세계는 원래 있었으니 새로운 세상이 아니고, 열린 것도 아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세상에 있는 김초엽의 글들이 조금 좋아졌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김원영 님과 같이 작업했다. 휠체어를 타고 바람을 느꼈다는 김원영 님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변호사를 하다가 지금은 무용수로 직업을 전환했다.
장애를 겪은 두 사람이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 장애인을 위해 설계되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현실적이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의 이야기이다. 정상적 기준에서의 장애와 기술의 결합과, 그것을 착용하는 입장은 아직 많은 거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심리스(Seamless)는 매끈하게 기계와 연결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매끄러워 아름다울 뿐 아니라 슈퍼맨처럼 강한 팔에 대한 환상은 장애인의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즉, 기계와 연결된 몸의 통증이나 물집 등에 대해서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거리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김초엽의 청각 장애가 <행성어 서점>에서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로 만들어졌고, 그 이야기가 자라고 자라 <양면의 조개껍데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단편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 나오는 이식에 대한 이야기는 더 현실감이 있다.
책은 한 사람의 이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력은 '밟아온 시간', 즉 발자취와 같은 말이다. 내게는 누군가 밟아온 시간을 따라 걷는 일이 책을 읽는 일이다. 그래서 되도록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어서 그 작가를 이해해 내려고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잠깐 발이 아파 뒤뚱거린 것을 평생 뒤뚱거린다고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고, 추가로 <행성어 서점>, <사이보그가 되다>을 읽었다. 3권을 읽고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녀가 겪었던 시간을 토대로 세상의 오해나 미화에 대꾸하는 모습을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어느 책은 또 읽고, 어느 책은 또 다 읽지 못하겠지만, 읽어보고 싶은 작가를 하나 더 찾았다!
<책의 미로> 서른두 번째 책
<양면의 조개껍데기>와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어보시길
[행성어 서점을 읽고]
https://brunch.co.kr/@snowsorrow/706
* 제목 사진은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