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행성어 서점, 김초엽

by 설애

지구는 언제 멸망할까? 지구와 가장 가까운 외계는 어디일까? 지구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은 짧은 소설을 모아놓은 책인데, 크게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와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이라는 두 꼭지로 나누어진다. 사는 방식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는 첫 꼭지와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묘사하는 두 번째 꼭지는 이질적인 것을 대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단편은 사진을 묘사해 놓은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장편이 영화라면, 단편은 순간의 사진과 같은 느낌인 것이다. 김초엽의 단편이 사진이라면, 좀 이상한 사진들이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찍은 사진들. 어느 사진작가가 빨간 소파를 들고 다니며 찍은 사진집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느낌이랄까. 해변에 있는 빨간 소파, 사막에 있는 빨간 소파, 그렇게 다양한 풍경과 사람 속에 이질적인 빨간 소파 같은 느낌이다. 외계인의 이야기도 있고, 지구인의 이야기도 있다. 외계인 같은 지구인의 이야기도, 지구인 같은 외계인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느낌은 어딘가 아련하달까. 초점이 틀어졌다고 할까. 그렇게 틀어진 초점의 먼 거리와 짧은 거리를 모두 묘사하며, 모두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단편들이다.


어떤 책들은 좀 묵혀둔다. 그래서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책과 연결시키기도 하고, 좀 생각을 가다듬기도 한다. 이 책은, 읽자마자 바로 리뷰를 쓰고 있는데, 오히려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증발되는 것이 두려운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김초엽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녀의 세계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뭐랄까. 그녀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숨기지 않고 다듬지 않았지만, 그대로 좋은 글들이다. 글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라, 아직 자라지 않은 글이라는 느낌. 그녀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대로 일필휘지로 써나간 느낌이 잘 드러나는 글들이다. 사실은 한 번에 써 내려갔다기에는 글이 가볍지는 않은데, 그것은 그만큼 오래 묵혀두었다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포착되지 않은 풍경의 삽화, 최인호 그림


이 책의 단편 [포착되지 않은 풍경]처럼 카메라로 찍을수록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글이나 그림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도 같은 책이다.


작가 싸인에 담긴 것처럼 이국의 서점과 아름다운 노을, 축축한 습지와 쌉싸름한 구름 푸딩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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