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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혼자서도 잘 해요 /담비: 코 골고 있니?

댕댕이와 2024년에도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세요!!


2월의 하노이.

하노이 도시를 휘감고 돌아다니는 겨울바람은 큰길 작은 길 가리지 않고 그 기세를 하루 종일 이어갔다


밤이 되니 흩어졌던 바람들이 바람 연합군이 되어 더욱 촘촘한 차가운 기운들로 모여 도시 곳곳으로 활개를 쳤다

보호자님은 틈새바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캐빈을 가슴 깊숙하게 안고 오셨다


멀게만 느껴졌던 명절 연휴가 드디어 시작됐다

그 첫 고객님?으로 캐빈이 도착했다


이젠 나를 펫시터가 아닌 그냥 아는 사람쯤 여기지 않을까? ㅎㅎ 싶다


나 또한 이젠 캐빈은 그냥 친한 조카를 만나는 사이로 여겨졌다


우리 집의 동선을 모두 꿰차고 있어서 특별히 교육을 할 필요도 없다


캐빈은 그냥 혼자서 알아서 척! 척이다

패드를 깔아 놓으면 딱 그곳에서 영역을 표시한다

식사시간이 되면 차분하게 기다릴 줄도 안다

산책 때는 적극적으로 하네스를 입는다

잠잘 시간이 되면 내가 침대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그다음 올라온다


아직 다른 친구들이 몰려 오기 직전이다

오붓하게 여유 있고 한가한 산책도 즐기고, 간식도 많이 먹으며 조용한 시간을 마음껏 나누려고 한다



우리 {♡♡}이를 소개해 주세요^^

• 이름 : 담비
• 나이 : 8살
• 성별 : 남아
• 견종 :푸들
• 몸무게 : 7킬로
• 성격 : 활발하고 착함. 사람을 매우 좋아함
• 알레르기 음식 : 닭고기
• 함께 지내는 기간 : 2월 08~11일
• 개인 준비물 : 산책줄, 입마개, 침대, 사료, 애착 인형이나 장난감

오후 산책을 짧게 마치고 최종적으로 집 안 정리를 꼼꼼히 했다


보호자가 떠나고 아이가 혼자 남게 되면 낯 선 집은 차가운 냉장고 변해 그대로 몸과 마음이 얼게 된다

조금이 남아 따뜻하게 하려고 히터도 켜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도 흐르게 했다


아쉬운 건 대리석 바닥이다

한국처럼 바닥에 온돌이 있지 않아 더욱 차갑다

안전매트는 아이들의 잦은 소변으로 세균에 노출 위험이 있어서 깔지를 못 한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담비 보호자님과 간단한 펫 시팅을 나누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다

이야기를 나누는 끝마무리 중 자기를 두고 떠난다는 걸 눈치 챈 담비의 불안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보호자님이 떠나자마자 현관문을 하염없이 긁고 또 긁어댔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며 하울링도 하고, 짖기도 하고, 현관문만 쳐다보았다


캐빈과 초코는 무심하게 담비를 슬쩍 곁눈질로 구경하다가도 귀찮다는 식으로 몸을 더욱 웅크리며 잠을 잤다


담비를 불러도 보았지만 내게도 오질 않았다

담비를 안아도 보았지만 (많이 무거워서 오래는 안질 못했다 ㅎㅎ) 바로 내려가고 싶어 했다


분리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나는 최대한 스스로 오길 기다리는 편이다


대신 내가 너를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을 하며 이름을 자주 부르고, 눈을 자주 마추친다


과잉 애착 방법보단, 조금은 거리를 두며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곤 한다


담비는 30분 간격으로 조금씩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이겨내고 있었다


초저녁이 되니 나의 동선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내가 소파에 앉으면 내가 부르지 않아도 묵직한 몸을 가볍게 뛰며 나의 옆에 앉았다

싱크대와 냉장고를 오고 가며 저녁밥을 준비하는 내 주위에서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며 내가 할 일이 어서 끝나길 기다리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불안한 마음을 녹여내고 있었다


서둘러 저녁상을 치우고 초코, 캐빈, 담비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 집에 도착한 후로 한숨도 낮잠을 못 잔 담비가 안쓰러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침대위에서 삼각형 도형을 만들며 초코, 캐빈, 담비가 꼭짓점을 찍고 쿨~~ 쿨~~~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


어머나?!


"담비? 너 코 고는 거니?"

"코 골만하지.. ㅎㅎㅎ 얼마나 피곤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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