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도시를 휘감고 돌아다니는 겨울바람은 큰길 작은 길 가리지 않고 그 기세를 하루 종일 이어갔다
밤이 되니 흩어졌던 바람들이 바람 연합군이 되어 더욱 촘촘한 차가운 기운들로 모여 도시 곳곳으로 활개를 쳤다
보호자님은 틈새바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캐빈을 가슴 깊숙하게 안고 오셨다
멀게만 느껴졌던 명절 연휴가 드디어 시작됐다
그 첫 고객님?으로 캐빈이 도착했다
이젠 나를 펫시터가 아닌 그냥 아는 사람쯤 여기지 않을까? ㅎㅎ 싶다
나 또한 이젠 캐빈은 그냥 친한 조카를 만나는 사이로 여겨졌다
우리 집의 동선을 모두 꿰차고 있어서 특별히 교육을 할 필요도 없다
캐빈은 그냥 혼자서 알아서 척! 척이다
패드를 깔아 놓으면 딱 그곳에서 영역을 표시한다
식사시간이 되면 차분하게 기다릴 줄도 안다
산책 때는 적극적으로 하네스를 입는다
잠잘 시간이 되면 내가 침대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그다음 올라온다
아직 다른 친구들이 몰려 오기 직전이다
오붓하게 여유 있고 한가한 산책도 즐기고, 간식도 많이 먹으며 조용한 시간을 마음껏 나누려고 한다
우리 {♡♡}이를 소개해 주세요^^
• 이름 : 담비 • 나이 : 8살 • 성별 : 남아 • 견종 :푸들 • 몸무게 : 7킬로 • 성격 : 활발하고 착함. 사람을 매우 좋아함 • 알레르기 음식 : 닭고기 • 함께 지내는 기간 : 2월 08~11일 • 개인 준비물 : 산책줄, 입마개, 침대, 사료, 애착 인형이나 장난감
오후 산책을 짧게 마치고 최종적으로 집 안 정리를 꼼꼼히 했다
보호자가 떠나고 아이가 혼자 남게 되면 낯 선 집은 차가운 냉장고 변해 그대로 몸과 마음이 얼게 된다
조금이 남아 따뜻하게 하려고 히터도 켜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도 흐르게 했다
아쉬운 건 대리석 바닥이다
한국처럼 바닥에 온돌이 있지 않아 더욱 차갑다
안전매트는 아이들의 잦은 소변으로 세균에 노출 위험이 있어서 깔지를 못 한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담비 보호자님과 간단한 펫 시팅을 나누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다
이야기를 나누는 끝마무리 중 자기를 두고 떠난다는 걸 눈치 챈 담비의 불안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보호자님이 떠나자마자 현관문을 하염없이 긁고 또 긁어댔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며 하울링도 하고, 짖기도 하고, 현관문만 쳐다보았다
캐빈과 초코는 무심하게 담비를 슬쩍 곁눈질로 구경하다가도 귀찮다는 식으로 몸을 더욱 웅크리며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