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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May 13. 2024

곁에 있는 것을 가장 모른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영장공원


https://youtu.be/0vFyVrz0_F8?si=FajbORzGseOjcidA

스티비 원더 「Ribbon in the Sky」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1

속초 여행기가 두 편으로 나눠 올라간 탓에

지난 주에는 어딜 다녀와야겠다는

연재의 부담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는데

그렇게 정신줄을 살짝 놓고 있으니

또 글을 쓸 시간이 왔더라고요.


어딜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갈만한 시간은 비가 길을 막고

귀찮음이 길을 막고

오락가락하는 몸 컨디션이 길을 막아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하루 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역시 소소하더라도

바깥 공기 마시는 일을 연재하는 건

집돌이인 저에게는 무리였던가 하고 있었어요.

마음 속에서는 자꾸

'한 주 건너 뛰어.'

'돈 받으면서 마감 지켜야 하는 거 아니잖아.'

란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그런데 인친분께서 아침부터

날이 너무 좋다고

어여 이불 밖으로 나가라고 DM을,

다른 인친분은 스토리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영상을...


"이건 아무래도 나가라는 계시인 가봐."

괜히 끌려나가는 기분으로

어딜갈까 고민을 시작했어요.


사실 가고 싶은 곳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정동길을 갈까 했고

아니면 분당중앙공원이라도 한바퀴 돌까

아니면 한강에 가서 노을을 기다려볼까


그런데 정말 마음이 움직일만한

핑곗거리가 안 떠올랐어요.


그래서 결국 그냥 뒷산이나

한바퀴 돌아보려고 나갔습니다.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2

동네 바로 뒷산인데

산책로 정비중인 걸 몰랐습니다.

게다가 나무를 많이 뽑고 새로 심었더라고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원래 나무로 다 가려져 있던 시야였는데

갑자기 탁 트인 하늘이 나올 줄은...


나무가 사라진 건 괜찮은 건가

괜히 걱정은 되었지만

탁 트인 하늘만큼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부담도 없고,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 수 있는 동네 뒷산인데

막상 한 바퀴 돌아본 게

이렇게 오래됐나 싶었어요.


늘 그렇습니다.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관심이 안가죠.

안다고 생각해서 돌아보지도 않고요.

그래서 결국은 가장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3

나무를 걷어낸 자리가

예전에도 조금은 시야가 트여서

나뭇가지 사이로

노을 사진을 찍던 곳이긴 했어요

대신 여름이 오면

빼곡한 나뭇잎에 가려

아무것도 사진으로는 담을 수가 없었어요.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오늘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저녁 먹고 다시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노을을 보는 연인도 있고

저 처럼 난간에 기대서서 노을을 기다리는

아저씨도 계시고


롯데타워가 보이는 건 당연하다 했는데

멀리 서울타워까지 보이더군요.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음악을 들으며

나무 난간에 몸을 슬며시 기댄 채

노을이 지는 걸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이거 괜찮다 싶더라고요.


정말 가끔 책을 들고 나와서 볼까 싶고

아니면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담아 나올까도 싶었어요

하늘이 좋아 노을이 기대되는 날이면

자주 나와야겠다 싶어졌어요.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언젠가 야경 사진도

도전해보려고요 ㅎㅎㅎㅎ


오늘은 여기저기 갈 핑계가

도통 떠오르지 않더니

동네 뒷산을 돌고 나니

조금 더 멀리 떠날 용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일단 나서면

걷게 됩니다. 나서기까지가

어려운 법이에요.

2024. 05. 12.  성남 영장공원




영장산 보행로는

현재 공사중인 길과 아닌 길이 있는데

아래쪽 길은 통행이 가능합니다.

정비는 되어있지만

비온 뒷 날이면 아무래도 길이

조금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산책이 좋아도

무리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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