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by 생각잡스 유진


덜컥 집을 계약한다.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일단 실행한다. 겁 없는 계약이었다. 살고 있는 집은 팔리지 않았고, 대출로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다른 집보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 집이 나와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가계약부터 진행했다. 연휴가 끼어 있어 6일 뒤에 만나 정식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나기 3일 전 부동산에서 다급하게 전화가 온다.

“주인이 가계약금을 우리 부동산 통장으로 넣었어요. 지금 집값이 뛰는 상황이니 안 팔려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러니 주인 통장으로 가계약금을 더 넣어 두세요. 저도 일단 모른 척 할게요.”

급하게 계약을 하겠다고 말해두고 집값의 2프로도 안되는 돈을 넣어놨으니 나도 주인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싶어 집값의 5프로를 더 넣었다. 그리고는 부동산의 전화는 없었다. 계약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상황이라 적잖이 놀랐다.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계약을 하러 가기 3일 전이다. 여전히 우리집은 팔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될 거야. 그렇게 믿을 거야.’

틈이 날 때마다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고, 우리집 먼저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간만 흐르고 있다.

갑자기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남편이 총각 때, 사둔 작은 아파트가 한 채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 그 집!”

계발 호재를 노리고 사두었는데 15년째 팔리지도 오르지도 않는 그 아파트.

아파트 주변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oo아파트 거래가 좀 어떤가요?”

“아..거기, 요즘 시에서 개발 발표하고 나서 서울분들이 오셔서 한 두 채씩 사고 있어요. ”

“그래요??”

“네, 물건 있으셔요?”

“네, 9동 502호에요. 그 집 좀 급하게 팔아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중개 수수료는 두 배로 드릴게요. 사장님.”

“에이~~, 안 그래도 돼요. 사모님 말씀 알았으니깐, 손님 오심 보여드릴게요.”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 거짓말처럼 그 집은 다음날 서울 손님이 아닌 경기도 부천에 사는 분에게 팔렸다.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라 쓰라린 마음은 들었지만 깔끔하게 미련을 버렸다. 일단, 중도금은 어떻게든 해결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그런데도 집값은 부족하다.



중도금을 내고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돈은 빌리기 싫고. 분명 방법이 있을텐데.’

고민고민하다가 묘수가 떠올랐다.

‘왜 진작 이 생각을 안 한 거지?’

“사장님, 안녕하세요.”

“네, 사모님.”

“저의 집 전세로 내주세요.”

“아. 전세로 내놓을까요? 알겠어요. 지금 전세를 보러 오신다는 손님이 계신데 그분부터 보여드릴게요.”

이번에도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화를 끊고 30분 만에 보러오신 분이 하신다는 것이다.

‘역시 나란 여자 운을 타고났어.’

시댁 마당에서 어머님과 파를 다듬고 있던 중이었다. 전화를 끊고 혼자 소리소리 지르며 폴짝 폴짝 뛰어다니니 뭐가 그리 좋은 일이 있냐며 물으신다.

“어머니~~~~~, 집 나갔어요. 이제 잔금 치를 수 있어요. 꺄오~~”

아버님 일을 도우러 나갔다가 돌아온 남편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환하게 웃는다. 이 사람도 어지간히 애를 태운 듯하다.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을 하지 못 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주변에는 “어떻게든 되겠죠. 걱정 안 해요.”라고 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엉덩이가 들썩들썩 춤을 춘다.



“엄마~, 우리 이제 큰 집에서 살아요. 넓게 넓게~~엄마, 젤 환하고 좋은 방 드릴게요.”


이번 이사는 우리 가족을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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