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보물 상자

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by 생각잡스 유진



“사모님~~.”

“네, 사장님.”

“차를 더 불러야겠어요. 1톤 차 2대 더요.”

“네?? 두..두 대나 더요?”

“네, 제가 처음에 견적 냈을 때보다 구석구석 짐이 더 많네요. 그리고 저~~기 앞에 있는 식물들 다 어쩌실 거에요? 저건 포개서 넣지도 못하고, 이건 차 두 대 더 있어야 해결이 되어요.”

“아..네, 사장님 그렇게 해주세요.”

1층 아파트 앞에 정원 공간이 있었다. 2년의 시간 동안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는 수국, 동백나무, 찔레장미 등 갖가지 식물을 심어둔 상태다. 두고 가자니 아깝고, 싣고 가자니 둘 곳도 없다. 잠시 고민하다가 둘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당이 있는 단독에 사는 동생이 생각났다.

“난데, 혹시 지금 너희 집으로 엄마 식물들 좀 보내도 될까. 이걸 다 가져갈 수는 없고, 거기 마당에 심어볼래?”

“아..그렇지 언니. 그걸 다 어떻게 가져가. 그래. 이쪽으로 보내줘. 내가 마당에 심어둘게.”

“그래, 고맙다.”

이삿짐 사장님께 식물은 동생네 집으로 따로 보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운임비를 따로 치렀다.

‘다행이다.’


이삿짐 사장님이 물건을 실으러 나오시다가 한 마디 하신다.

“사모님, 그런데 혹시 박물관 하세요?”

“아....아니요.”

“그런데, 집에 골동품들이 가득하네요. 이사갈 집에 이 물건들 다 들어갈 수 있나요?”

“네, 사장님 다 들어갈 거에요.”

“진짜, 좋은 물건들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예상했던 일이지만 이삿짐 직원분들도 집 안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보며 감탄을 이어나간다. 물건의 가치보다는 양이 많아서 일테다.


꽃과 나무가 잔뜩 실린 1톤 화물차를 동생네 집으로 보내고 나서 이사 갈 집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알렸다. 사다리차가 먼저 도착해서 어느 쪽으로 짐을 올릴 지를 건물을 돌며 확인하고 있다. 며칠 전 미리 관리실에 전입신고를 해두어 이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해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이삿짐센터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물건들을 올리면서 이 물건들이 모두 다 들어가는 집으로 이사 와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신다. 새로운 집에 이삿짐을 모두 들인 시간이 오후 6시가 다 되어서다. 많기는 참 많다.



다음날 아침, 아직 정리가 필요한 곳이 있는지 둘러본다. 커튼도 달아야 하고 방마다 방다운 모습으로 꾸며야 할 일이 남았다. 근처 인테리어 상점에 가서 사야 할 물건들을 적고 있었다.

“엄마, 방마다 커튼이 필요한데,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커튼? 사려고?"

"네, 지금 다녀오려고요."

"잠깐만 있어봐.”

이야기를 듣던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신다.

잠시 뒤 엄마는 양손 가득 광목천, 레이스천, 자수가 놓여진 천 등 갖가지 천들을 들고 나오신다.

“이거면 안 될까?”

“우와~~, 이렇게 이쁜 걸 갖고 계셨어요? 이거면 충분해요.”

이사온 집 분위기와도 잘 맞는 것들을 가지고 나오셨다.

“애들 방에 걸어 줄 그림이 있는데 보여줄까.”

“그래요? 보여주세요.”

엄마의 보물 상자가 열렸다.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방으로 들어가셔서 가지고 나오신다.

안목 있는 분인 건 알고 있었지만 가지고 나오는 물건마다 경이로웠다. 엄마는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다. 전업주부로 평생을 살았지만 아까울 정도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아이들도 할머니의 물건들이 마음에 드는지 할머니에게 ‘엄지척’을 내보인다.



엄마의 물건들이 조금씩 빛을 보며 쓸모를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