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강박증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 저게 뭐에요?"
"어디 보자. 요강이네."
"요강? 그게 뭐야. 그릇같은 건가요?"
"음... 일종의 간이 화장실이지. 엄마도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썼었지."
그 옛날 포항의 할머니 댁의 화장실은 재래식이었다. 화장실 가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던 초등학생시절. 화장실 앞에 심어두신 대나무마저 귀신의 움직임 처럼 보였다.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은 좋아했지만 화장실은 정말 끔찍했다.
화장실 가는 척하다가 담벼락이나, 밭가로 가서 볼일을 보고 올 때도 많았다.
어느 날 가보니 옥색빛 요강단지가 있었다. 밤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한다는 걸 아셔서 준비해두신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본 적이 없던 요강.
우연히 아파트 재활용장에 버려진 스테인레스 재질의 요강을 보고 아들이 질문한다. 냄비같기도 하고 그릇같기도 한 요상한 물건의 정체가 궁금했으리라.
"엄마, 이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그런지 재활용장에 가면 옛물건들이 많이 나와요. 오늘 보니 요강이 나온 거 있죠."
"그래?"
엄마의 눈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다.
"요강은 말이지. 함부로 버리는게 아니야. 옛어른들의 말씀이지. 엄마때도 말이야, 남이 쓰던 요강을 주워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내가 아빠 몰래 주워다 둔게 있어.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 이후로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
"하아~~?"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닌데, 모르고 버리셨나 보다. 그거 주워두면 좋을 텐데."
"엄마, 제발요."
다음날 저녁 쓰레기를 버리로 나가는 길에 보니 그 요강은 그대로 있었다.
'미신이야. 그런데 어딨어.'
이내 못 본척하고 집으로 향해 들어갔다가 나도 모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재활용장으로 갔다.
'그래, 뭐 얼마나 자리를 차지한다고. 주워다가 몰래 숨겨놔야지.'
누가 볼 새라 재빠른 손놀림으로 양손으로 요강을 들어 올린다. 후다다다다닥
요란하게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요걸 어디다 감춘담.....'
현관입구에 둔 재봉틀장이 보인다. 수납장과 함께 달려있는 옛날식 재봉틀. 그 안이 딱이다. 식구들 누구도 거길 열어보지 않으니 말이다.
식구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 요강단지 숨기기 작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돈 들어 올 날만 기다린다.
퇴근길 재활용장 앞을 지나가는데 지난 번 주워다 놓은 요강과 같은 모양을 한 것이 나와있다.
'어떻게 된거지? 남편이 버렸나.'
계단을 뛰어올라 현관문을 열고 급하게 재봉틀장을 열어본다. '그.대.로.다'
'뭐야~. 또 나온거야? 신이시여.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