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물건의 쓸모

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by 생각잡스 유진


막내의 첫 돌, 셋째이다 보니 돌잔치를 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상차림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돌 상에 올릴 음식들을 찾아보았다. 떡을 주문하고 나물을 준비했다. 아이에게 입힐 새 옷도 하나 장만했다.

첫 돌 아침, 평일이어서 아침 일찍 상차림을 하고 출근을 해야 했다. 오전 일찍 떡집으로 가서 주문해둔 떡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엄마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본인이 직접 키운 막내를 유독 예뻐하신다. 돌아가신 아버지와도 많이 닮아서인지 막내에 대한 애정이 다르시다.

상차림을 시작하려고 집에 있는 상을 꺼냈다. 엄마가 급하게 방으로 가시더니 다리 모양이 예쁜 소반 두 개를 가지고 나오신다. 그리고 형형색색 예쁘게 수놓아진 병풍과 나비가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황금색 촛대 두 개도 꺼내오신다. 그릇은 모두 반짝반짝 닦아둔 유기들이다. 일순간에 여느 돌잔치 행사보다 더 화려한 상차람이 되었다. 돌상 대여 업체들 물건보다 더 아름답다. 둘째 때 돌상 물품 대여를 해봐서 어떤 물건들이 오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모든 것이 다 있어서 놀랐다. 엄마 덕에 막내의 첫 생일 상을 멋지게 차려주었다. 사진을 본 주변 지인들은 본인들도 빌려줄 수 있게냐며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엄마의 물건이 쓸모 있게 되었다. 떡과 주류제조를 배우러 다니시던 엄마는 요리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셨다. 그분들의 전시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엄마의 물건들이 일조를 한다. 떡과 술에 어울리는 소품들을 빌려주신다. 어떤 때는 직접 셋팅을 도우러 가시기도 한다. 소문은 삽시간에 나고 엄마를 찾는 선생님들이 늘어났다. 물건을 보기 위해 집으로 오시기도 했다.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엄마 물건들을 대여하는 일을 해보실래요?”

“아니.”

엄마는 단칼에 자르신다.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다.


“내가 이걸 모으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너희는 내가 쓸데없이 이것저것 모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거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다 생각이 있어.”

엄마를 설득시키기로 먹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응, 알았어요. 엄마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네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지금 스트레스 받으면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50이 넘어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야. 매일 지쳐서 오는 모습이 안쓰럽다. 난 너가 편하게 살라고 많이 가르쳐놨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 그래서 너 나중에 우아하게 살라고 물건들 모아주고 있는거야. 예쁜 카페를 하면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원해. 너는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


이런 말을 처음 들었다. 나를 위해 물건을 모아주고 있다는 말에 내심 놀랐다. 눈물이 쏟아질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엄마,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스트레스는 좀 받기는 하는데 그래도 즐거워요.”

“그래, 그래도 난 너가 나중에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의 물건들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엄마의 나의 미래도 함께 만들어 가고 계신 거였다.

예쁜 카페에 가면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들을 귀담아 듣고 계셨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