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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뷰 MoBeau Jun 06. 2021

T의 일기장 - 3

3. T의 사랑 - 갈등을 대하는 T와 F의 자세

[이 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MBTI의 각 유형을 일반화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사랑에 대한 흥미로운 두 가지 시각이 있다.


1. 사랑은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

2. 사랑은 서로 다른 두 명이 함께 맞춰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성격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위 두 가지 중 하나를 이야기하곤 한다. 사실 상당히 모호한 표현들이다. 만약 첫번째 시각을 선택한다고 치자. 내가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대체 어떤 게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걸까? 그렇다고 두번째 시각을 선택한다고 하면 나와 사랑하는 사람, 우리는 서로 어디까지 맞춰주어야 하는걸까?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전부 조금씩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는 만큼, 이런 의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질 수 밖에 없다.


  두 시각 중 어떤 것이 맞다고 생각하든 결국 두 시각이 공유하는 맥락은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맞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발생하는 의문들이 위와 같은 것이리라. 그리고 무수한 사랑 가운데 발생하는 필연적 갈등은 많은 연인들에게 그런 의문을 남기며 이별이라는 마침표를 쥐어준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건네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걔랑은 안 맞았어"
"사람은 괜찮은데 맞춰가기가 쉽지 않더라"
"다음 연애는 꼭 잘 맞는 사람이랑 해야지"



  그들이 말하는 안 맞았던, 맞춰가야 했던 부분이 무엇이길래 결국 이별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해야만 했던걸까. 나는 그 부분이 사람마다 다른 갈등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물론 좀 더 세분화할 수 있겠지만 그 자세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이성적인 T의 자세와 갈등에 대한 감정에 충실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인 감성적인 F의 자세로 축약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글에서는 T의 입장에서 두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MBTI에서 T의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 F가 있다. 말 그대로 대척점이다. 세상을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하는 T와 감정과 공감으로 바라보는 F. 어느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없으나 달라도 너무 다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는다. 사회에 속한 인간 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어느 순간에는 세상과 상대에게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한다. 원치 않더라도 이해하고 인정해야하는 상황 역시 분명 찾아온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평상시에는 이런 삶에 익숙하던 사람들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서로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길 바라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서로에게 간과 쓸개를 다 내줄 것 처럼 무조건적 배려를 항상 유지하며 사랑하는 경우는 사실 드문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 선에선.)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다른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다른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고 연인 관계 혹은 결혼 관계라는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두 사람은 단순히 수십억명의 사람들 중 둘이 아니다. 이 세상에 유일한 한 쌍이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서로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수반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 중 상대방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그렇기에 조금 더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게 되고, 그 솔직함이 갈등과 만났을 때 심각한 화학 작용이 발생하곤 한다.



  여기 지금 가상의 T와 F가 싸우고 있다.


  T는 F에게 말한다. 

"나는 A고 B기 때문에 C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D했어."


  그럼 F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해?"


  T는 받아친다.

"왜 내 말이 틀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잖아."


  F는 체념하거나 화가 난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지금 나 가르치는거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T는 공감하지 못한다. 포기하거나 도리어 화를 낸다.

"됐다, 내가 잘못했지 뭐. 내가 다 미안해."
"왜 넌 그렇게 감정적이야? 내가 틀린 말 한게 있어?"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살아오면서 내가 직접 겪기도 하고, 친구, 선배, 후배들에게 들어왔던 흔한 연인 간 갈등의 전개다. 위 대화는 T가 설명하고 있고, F가 반론하는 구도지만, 반대로 F가 해명하고 T가 반론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경우도 대화가 흘러가는 흐름은 사실 비슷하다고 본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저 대화에서 T와 F 중 누가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누군가는 "T가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을 저렇게 하면 안되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부분이 있어야지. 저렇게 말하면 서로 감정 상하지."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어쨌든 T가 한 말이 일리가 있다면 F가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짜증내지 않았으면 문제되지 않는거 아니야? 좀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F가 너무 감정적인 것 같은데?"라고 말할 수 있을테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평가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저 연인간의 대화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두 사람이 지금 맞닥뜨린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고, 그 다름이 더 큰 감정적 소요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사실 극단적 T에 가깝기 때문에 F에 대한 입장은 짐작하기 어렵고, T의 입장밖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그 주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해결책을 제시하건, 서로 좁힐 수 없는 이견을 확인하고 갈라서건, 그 상황의 결과를 바로 얻어내고 싶어하는 편이다. 보통 갈등이 발생하는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결론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많이 느꼈다. 내가 직접 겪은 경우도 있었고, 갈등이 생긴 친구에게 그렇게 조언했을 때 오히려 불쾌해했던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일단 감정이 먼저 드러나는 사람들이 굳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라는건 '이해'는 하겠지만 '공감'은 가지 않는다. 갈등의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이성보다 감성을 내세우는 건 문제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지점이 갈등의 심화에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 상황에서 개개인의 감정 상태보다 상황을 파악하고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여 결론을 내고자 하는 T와 감정적인 정리, 혹은 그 순간의 분위기와 말투에 조금은 더 많은 영향을 받는 F가 갈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에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어투가 거칠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며 작은 문제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커지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다보니 좀 거창해진 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저번 글에서 [공감]이라는 T와 F의 차이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써먹어 버리다보니 글이 좀 중구난방으로 흘러갔다. 그래도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느낀 점은 싸우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정도? 별거 아닌 사소한 갈등에서 출발하더라도 그 상황에 대한 경중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론에 대한 의견이 갈리게 되는 순간 갈등이 커진다. 그리고 거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개입하는 것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려는 T와 감정으로 느끼는 F의 차이가 아닐까.


  물론 T와 T끼리, F와 F끼리 만난다고 해서 아무 갈등도 없이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이성만 따지거나 감정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니만큼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잘 맞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굳이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든 상대방을 굳이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미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게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분명 나와 다른 모습을 갖춘 상대에게 배움을 얻고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T중 하나인 나는 그런 것 같다.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하다 헤어지는건 단순히 갈등이 발생하고 심화되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한 쪽이 바람을 피울 수도 있고, 서로의 생활환경이 너무 달라지며 함께 보낼 시간이 적어져서일수도 있으며, 그저 사랑이 식어서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이별은 갈등에서 비롯되며 그 갈등을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별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시당초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것 또한 제각각인 이상 그런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멸망할때까지 있을테다. 그래도, 적어도,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께 이 읽기의 시간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생기는 사랑 속 갈등을 바라보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누구를 만나던 갈등 없는 행복한 사랑을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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