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빛 Oct 11. 2021

오징어게임(Squid game) - 살아남은 인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참 달고나


오징어 게임 (Squid game)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참 달고나.


오징어 게임, 2021 (Netflix)


넷플릭스의 인기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현시점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로 떠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연령층의 이목을 끌었다.


유치한 줄 알았던 어린이들의 게임은 알고 나면 무서운 잔혹동화와 같다. 규칙을 어기거나, 게임에서 지면 “죽는다”. 간단한 룰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출처: 오징어게임


# 오징어 게임 = 오일남 게임

오징어 게임의 001번, 오일남쏘우의 직쏘와 어딘가 닮았다. 특히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

최근 자살 기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았다. 삶의 끝자락까지 도달하는 데에 주어진 시간은 단 4초. 그들은 4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공통된 생각을 하였다. 바로 “자살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앞둔 찰나의 순간에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은 인간에게 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오일남과 직쏘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노린 것이다. 인간 내면의 기저에 깔린 삶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죽음’ 외에는 최적화된 다른 계기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삶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모아 잔혹한 정글의 세계로 집어넣었다. 예상대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꺼져가던 불꽃들은 죽음 앞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 애처로운 춤사위를 뽐낸다.


출처: 오징어 게임


# 마지막 인간성 

어쩌면 게임 참가자들이 싸워야  상대는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의 도덕성도 잃어버린, 생존에 눈이  본능(이드, id)였을 것이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역)은 마지막 인간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생사의 기로 앞에서 타인을 믿는다는 것나약함을 드러내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믿지 않는 새벽(정호연의 역), 상우(박해수의 역)와 달리 기훈은 타인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믿음”으로 모든 의혹을 일단락 짓는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약자로 보았고, 수차례 먹잇감으로 지목되는 시련을 겪게 된다. “당신이 살아남을 줄 몰랐습니다.” 프런트맨의 대사로만 보아도 많은 사람들은 성기훈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우리가 그의 생존이 놀랍지 않은 것은 늘 그렇듯 항상 살아남아야 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일남 쇼의 엔딩크레딧에는 마지막 생존자인 성기훈이 있었다. 누구보다 사람을 잘 믿고, 약해 보이던 존재가 마지막 생존자라는 점은 잔혹한 본능 가운데 인간성을 저버리지 말라는 초자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Comment. 그렇지만 죽음 앞에서 선비처럼 겸허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본능에 충실한 상우에게 눈길이 갔다.


출처: 오징어 게임


#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게임에 참가한 모두가 그럴듯한 사연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연의 깊이는 알 수 없지만 때로는 그 무게가 다른 날보다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죽음보다 간절한 ‘지금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위한 작품이다. 참가자들은 도망칠 기회가 있었지만 제 발로 다시 죽음의 게임장에 발을 들였다. 게임을 중단하고 현실로 돌아온 그들은 깨달았다. 그렇게 혐오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현실 속에 외면하고 있었던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죽으려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다시 살고 싶어서 게임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삶이 죽음보다 힘들 때,
현실에 존재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 보자.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기 위해서’라는 유치하고 단순한 이유일지라도 말이다.

그것이 내가 참가한 ‘인생’이라는 치열한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참 달고나.

출처: 오징어 게임


작가의 이전글 영화 ‘크루엘라’ 리뷰 - 자발적 정체감 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