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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니Tini Oct 03. 2023

우린 우연히 만나 4

어학연수와 유럽여행 중 만난 친구들


  한국의 추석이 돌아오니 작년 뉴욕에서의 추수감사절이 생각난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한권사님 집에서 월드컵을 보며 먹었던 라자냐와 터키.


 가족분들과 나눠 먹으려고 준비하신 터키를 내게도 먹어 보라고 숭덩숭덩 잘라주시던 권사님.


"권사님, 이렇게 많이 주셔도 괜찮아요?"

"아이 괜찮아. 간 봤다고 하면 돼. 더 먹어봐."


 아니, 권사님. 터키 한쪽 다리가 자꾸만 얄팍해지는데요. 괜찮으신 거 맞겠죠. 그래도 올해는 두 쪽 다리 성한 터키 들고 가실 수 있겠네요. 다행이에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뉴욕으로 어학연수지를 이동하고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한인교회였다.


 샌디에이고에서 공부할 당시 고마운 친구들과 함께 종종 현지 교회를 가곤 헀는데 마치 콘서트 같은 찬양과 웅장한 교회 규모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글 된 설교도 어려운 내게 영어 설교는 정말이지 어려운 도전이었다.


  정든 샌디에이고를 떠나 뉴욕의 테리타운이라는 곳에서 약 5개월간 머물렀는데 사람들이 대게 떠올리는 뉴욕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곳이었다.

사랑하는 테리타운의 가을

 어딘가 모를 귀여운 이름과 함께 시끌벅적한 맨해튼과는 다른 평안을 주는 장소였다. 특별히 테리타운의 가을은 훔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저요? 구글로 검색했어요."


 40분을 걸어가 오전 예배에 참석하고 난 뒤 사모님과 상담실 같은 곳에서 나눈 대화였다. 별생각 없이 구글에 테리타운 근처 한인교회를 검색했고 두 교회 중 고민하다가 새벽예배를 이유로 뉴욕한인제일교회를 선택하였다.

 

 참고로 구글에서는 교회들의 평점도 볼 수 있다.


무서운 세상.


 갈색벽돌의 미로 같이 많은 공간을 구비한 교회에서 새 등록자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는 약 13년째 같은 교회를 다니는 터라 낯섦보다 익숙함에 적응된 내게 한인교회의 첫날은 낯섦으로 다가왔다.


 "저 사실 새벽예배를 도전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새벽 6시에 시작되는 예배를 땅덩어리 넓은 뉴욕 한복판에서 여자애 혼자 어떻게 갈 생각을 했을까. 어떤 자신감과 패기였는 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문을 열고 권사님 한 분이 들어오셨다.


 정성 들여 만진 회색빛 쇼트커트에 스타일리시하던 권사님은 마침 새벽예배를 드리시는 분이었고 또 마침새벽에 나를 픽업할 수 있는 분이셨다.


그 이후로 몇 주 간 작전과도 같은  미션이 시작되었다.


1. 적어도 12시 전에는 잠들기

2. 새벽 5시 20분에서 30분쯤 울리는 전화에 바로 일어나기

3. 권사님 차는 미리 나가서 기다리기


 쏟아지는 졸음을 부여잡고 비척비척 걸어 나가 권사님의 회색 큰 차를 기다리는 일은 자연스레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새벽예배는 룸메이트들과 반 친구들에게 경이를 선사하는 일과가 기억되었다.


뉴욕한인제일교회와 베이글 가게 앞에서 한권사님

  예배 이후 베이커리에 들러 통밀 베이글과 커피를 먹는 일과는 하루의 행복이 되었고 가끔가다 못 일어나면 굉장히 찝찝한 하루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고는 했다.


 몇 번의 아침은 너무 힘들어서 졸림을 참아가며 반쯤 울면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부러 전화해 주시고 먼 길을 달려 나를 태우러 오는 권사님의 다정함에 이겨낼 수 있었다.


 "권사님, 제가 여기서 살고 싶다면 언젠가 살 수 있을까요?"

 "그럼, 기도해 보고 준비해 보고."


 당신의 경험에 빗대어 매번 용기를 한가득 키워주셨다. 새벽마다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과를 나누는 일은 하나도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새벽예배에서 캠퍼스로 돌아올 때면 출근하시는 권사님을 대신하여 다른 두 분 권사님과 장로님이 태워주시곤 하셨고 주일이면 한권사님의 자녀분들이 나를 태우고 교회를 갔다가 캠퍼스에 다시 내려다 주기도 하였다.


 목사님과 사모님께서는 종종 연락을 주셨고 한 번은 한인마트에 들러 그리웠던 단팥빵과 각 종 먹거리들을사주시기도 하셨다. 또 엄마와 동생이 뉴욕에 놀러 온 날 픽업을 도와주시고는 브루클린의 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선물해 주기도 하셨다.


 어떤 권사님이 수요 찬양대 자리를 추천해 주셨고 부족하지만 몇 번 무대에 올라가 찬양을 하기도 하였다.


 권사님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도 하였다.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캠퍼스부터 공항까지 나를 데려다주기도 하셨다.


 아무래도 엄마가 매번 말씀하셨던 것처럼 참으로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았다. 연고도 없이 덜컥 구글 하나 보고 교회로 찾아온 나를 아끼셨던 많은 분들께 나눔의 의미를 배웠다.


 시간을 내어주고 공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인 것을 한번 더 배웠다.  


 추석 맞이 소원을 빌어본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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