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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니Tini Nov 27. 2023

닐라 닐라 바닐라 1

아이스크림 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의 주말 마감


"어서 오세요. 아이스크림 전문점입니다."


 띠링- 하는 소리에 냉동고에 들어갈 정도로 반쯤 굽었던 허리를 펴고 고개를 살짝 들어 문가를 확인한다. 들어왔던 손님이 도로 나가시는 걸 확인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라는 인사와 함께 다시 아이스크림 푸는 것에 집중한다.


 오늘따라 두 배는 더 끈적거리는 초코칩 박힌 초코맛을 푸면서 이 차갑고 달달한 것을 먹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고 하면 누구나 처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일한 지 어느덧 4개월, 늦여름에 시작한 주말 아르바이트는 가을을 지나 죽음의 크리스마스로 향하는 중이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 오세요!"


 인사마저 버벅거렸던 첫 주를 생각하니 배달 기사님과 농담도 할 정도로 여유로워진 지금이 감개무량할 정도이다.


서비스직 업무는 처음이라고 미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호들갑스러운 긴장감을 털어두던 때는 다가 올 크리스마스이브와 12월 행사날을 알지 못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랑 12월 행사날 둘 다 일요일인 거 알아요 언니? "

"망했다. 우리 진짜 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든든한 19살 동료와 함께 주말 마감 업무를 맡고 있다. 곧 같이 일한 지 100일이 다가오는 그녀와는 꽤 큰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성격과 업무스타일이 찰떡같이 잘 맞는다. 덕분에 웃지 못할 일도 서로가 있어 웃으며 극복하는 중이다.


간단히 마감 업무는 포장 및 배달, 음료 제조, 업무 마감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포장 및 배달은 손님의 주문에 맞춰 아이스크림을 푸고 드라이아이스와 스푼을 넣고 포장하는 업무로 배달의 경우 무조건 최대 포장 기간으로 드라이아이스를 넣어드리고 봉투에 넣어드린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인들이 대부분 깜짝 놀라는 점은 매장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직접 깬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쾅쾅 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매장 뒤에서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장갑을 끼고 망치질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혹은 쾅쾅 보다는 느린 리듬감의 콰앙... 쾅.


 잘못하다가 손이라도 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마음처럼 빠르게 깰 수가 없다. 뒷 냉장고를 확인하고 넉넉하게 남아있는 재고를 볼 때마다 얼마나 고마움이 솟구치는지 모른다.


 미들 아르바이트생들의 숙련된 솜씨에 매번 감탄과 같은 감동을 하게 된다.


 음료 제조는 커피류, 음료류로 나뉘는데 여기서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를 팔고 있다. 꽤나 종류가 다양하다고 수요일 오픈 업무 때는 오픈과 동시에 우유를 정량보다 조금 넣은 바닐라빈라테 아이스만을 찾는 멋쟁이 신사분도 있었다.


 한 두 달간 음료 주문이 매우 두려워 미들 아르바이트생에 틈만 나면 전화를 해댔던 기억이 있다. 재료는 또 왜 이렇게 안 보이고 제조업은 왜 이렇게 어려운 지, 아이스크림을 넣고 만드는 셰이크류가 아니면 제발 안 시켜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름 숙련된 지금도 음료 주문보다는 아이스크림 주문을 몇배는 더 선호한다.


 사실 포장 및 배달, 음료제조는 오픈 아르바이트생과 미들 아르바이트생들 공통적으로 하는 업무라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정말 특별한 주말 마감만의 업무가 있다면 일요일 마감이다.


 일요일 마감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합이 잘 맞는 동료와 10시만 되면 마감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한 명은 아이스크림 텁에 껴둔 틀을 빼고 한 명은 고무장갑을 끼고 그것들을 닦기 시작한다.


 고무 패킹 사이에 낀 아이스크림들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닦아주고는 소독약을 한 번씩 더 뿌려준다.


 약 16개의 틀을 닦고 나면 냉동고에  낀 성에를 제거하는 작업을 위해 아이스크림 텁을 빼서 냉동고에 넣어야 한다. 아이스크림 텁이란 흔히 매장 내 냉동고에서 볼 수 있는 어마무시하게 큰 아이스크림 통을 말한다.


 가장 큰 사이즈로 6가지 맛을 담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통의 용량이 약 1.2KG로 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들은 적어도 5-6배 정로 무겁지 않을까 싶다.


 핑크색 뚜껑을 덮고 텁들을 나르기 시작할 때면 한 겨울임에도 에어컨을 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16개를 다 나르고 나면 밑에 숨겨진 16개를 또 날라야 한다.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까꿍을 당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무겁고 차가워 한 개 옮기기도 버거웠던 처음에 비해 능숙해져 동료와 함께 나름 10분도 안 돼서 업무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냉동고의 전원을 끄고 문을 열어두면 거의 퇴근 준비 완료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성에작업은 사장님들이 직접 하신다. 이후로도 커피 머신을 끄고 빗자루로 매장을 한번 쓸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등 몇 번의 부산스러운 일을 하다 보면 금세 11시가 된다.


 10시 50분부터는 이제 손님들이 안 오시기만 하면 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때부터는 아무도 오시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언니, 옷 갈아입고 와요!"


  사장님께 마감 정산 보고차 연락을 드리면 오늘 하루의 업무가 끝이 난다. 열쇠를 잠그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아이스크림들이 녹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지만 다음날이 조용히 시작되면 아무 일 없었구나 하면서 그제야 주말 최종 마감을 할 수 있다.


 마감 최종최종최종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다음 주말이 오기 전까지 주말 아르바이트생들 모두 행복한 평일을 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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