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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다리박 Apr 28. 2024

(탁구에세이) 57. 러버 선택의 고민

ft. 탁구 러버 종류와 나에게 맞는 러버 찾기

놀라지 말자. 아프면 병원에 가듯 탁구도 병원이 있다. 청진기대신 라켓이 다를뿐.

"탁구종합병원"​


[롱다리박 탁구 클리닉]

[ 탁구 에세이]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가?)


--> 러버는 나무로 이루어진 탁구 라켓에 붙이는 고무판이다. 러버는 라켓보다 실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라켓도 종류가 많지만 러버는 훨씬 더 많다.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것일까?

 


도대체 어떤 것을 골라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바로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것을 충족하는 러버는 없다. 본인성향과 맞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에게 맞는 러버를 선택해야 한다. 처음에는 감도 잘 안 오고 어떤 러버가 나에게 맞는지 몰라서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무난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호인들이 많이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 중에 적당한 가격대에 제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본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은 포핸드로 공을 낚아채는 힘이 좋아서 충분히 강하게 보낼 수 있다면 포핸드 쪽 러버는 반발력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러버를 선택할 수 있다. 힘이 없어도 본인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면 그런 러버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많이 추천하는 러버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나의 스윙속도, 임팩트에 적합하지 않게 느껴졌다. 두꺼운 스프링 같았다. 힘이 좋은 사람이 그 스프링을 당겼다가 놓으면 충분한 힘이 나올 수 있지만 나는 그 스프링을 당길 힘(스윙속도, 임팩트, 각도 등)이 부족해서 성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탁구를 시작하고 수많은 러버를 사용해 봤고 4년 정도 후에 내가 원하는 러버와 결혼했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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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버의 다양성과 고려사항(핌플인러버: 평면러버)


 

--> 러버의 종류와 용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러버는 크게 표면이 평평한 평면 러버(핌플인)와 오돌토돌한 돌출 러버(핌플아웃)로 구분된다.


  평면 러버는 눈으로 구분은 잘 안되지만 평면 러버 고무, 스펀지 성질에 따라 점착 러버, 하이텐션 러버 등 이 있다. 점착 정도, 탄성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종류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러버에 붙어있는 스펀지에 따라서도 다양한 구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러버를 시트와 스펀지를 같이 생각하는 게 좋다.



  평면 러버는 회사마다 경도, 스핀, 반발력 등 테스트 수치를 표시하는데 회사마다 기준값이 달라서 회사가 다르면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일본, 독일에서 많이 만드는데 어떤 회사에서 독일 제조업체에 발주(OEM)를 하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후반부에 이야기하겠지만 각각의 나라에서 만드는 러버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버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떤 회사는 러버 표면의 고무 탄성에 연구를 많이 해서 변화를 주고, 어떤 회사는 고무 아래에 있는 스펀지에 대한 연구로 다양한 스펀지를 개발한다. 그래서 수치가 같다고 똑같은 느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러버가 부드러울수록 상대적으로 속도보다는 안전하게 넘어가고 단단할수록 안정성보다는 강하고 빠르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 재미있는 러버(핌플아웃러버)

 


--> 형태를 쉽게 말하면 구둣솔같이 돌기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다. 돌출 러버는 크게 숏핌플, 롱핌플 러버가 있고 미디엄으로 그 중간 정도 길이로 나오는 러버도 있다.


 

  돌출 러버는 공에 회전을 덜 주는 방법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다. 회전을 덜 주면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회전을 많이 못준다는 것은 회전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엔 회전이 많아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부담스러웠다면 돌출러버는 그 부담을 덜어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생활체육에서는 기본적인 회전, 구질에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다. 회전량을 떠나서 익숙하지 않은 구질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오른손잡이 선수가 왼손잡이선수를 만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왼손잡이는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편하고 오히려 왼손을 만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 숏핌플러버


  --> 숏핌플러버는 동전처럼 돌출된 고무가 납작하게 붙어있는 모양이다. 평면 러버처럼 회전을 걸면 회전이 적게 먹고 커트를 해도 커트가 적게 먹는다. 그러면 안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장점은 회전의 영향을 적게 받고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상대가 많은 회전으로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그 회전을 숏핌플은 영향을 적게 받고 게임을 할 수 있다. 예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전 국가대표 현정화선수는 힘이 약한 단점이 있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학교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코치님의 권유로 숏핌플러버를 선택했고 알고 있는 것처럼 전설의 선수가 되었다. 현정화 전 선수는 한국 탁구 선수 중 국제대회 금메달이 가장 많은 선수다.



  숏핌플 중에서도 돌기길이, 코팅 정도, 면적에 따라 또 몇 가지로 나뉜다. 각러버마다 스펀지 두께선택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를 테스트해보고 본인 스타일에 맞게 선택한다.


 

※ 롱핌플러버


  --> 롱핌플은 회전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 마찰력이 적다. 쉽게 말해 표면이 얼음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공에 강한 힘을 주지 않아도 상대가 준 회전이 살아서 다시 넘어간다. 오히려 공에 변화를 주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스윙하는 동작 자체도 줄여준다. 드라이브로 넘어오는 공을 맞추기만 해도 수비적인 커트공이 넘어간다. 그래서 몸이 많이 움직이는데 불편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는 사람, 회전하는 공을 어려워하는 사람, 수비수 등이 많이 사용한다. 롱핌플 역시 스펀지유무, 두께, 러버 표면 점착 정도, 코팅 정도, 돌기길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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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맞는 러버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 지금껏 말한 러버 분류마다 한 가지씩 있으면 좋으련만 1000여 가지 넘는 러버가 있다. 선택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듯이, 1000여 가지 중에 똑같은 러버는 없다.



  1000여 가지 중에 좋은 러버는 없다고 생각한다. 싸거나 비싼 러버는 있지만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손해다. 그래서 비싼 러버 보다 나에게 맞는 러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많이 쓰는 무난한 가격대의 러버를 선택하여 쓰면 된다.

 


  나는 수없이 다양한 러버를 붙여서 탁구를 쳐보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주변 지인들의 중고 러버를 얻어 쓰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쉽지 않았다. 4년 정도가 지나서야 내가 원하는 러버를 찾았다. 그 한 가지 제품을 12년 가까이 쓰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은 내가 쓰는 러버가 단종이 되었다. 아직 여분이 많이 있어서 여유가 있지만 대체 러버를 찾기 위해 간간이 다른 러버를 테스트 중이다.


 

  러버를 고르고 선택할 때 참고할 만한 것은 나라별 러버 특징이다. 대부분 중국, 일본, 독일에서 생산되며 각 나라별 러버를 각각 써봤었다. 어느 대회에서 아주 저렴한 중국 러버로 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중국 러버도 써봤다. 나쁘지 않았다. 중국, 일본, 독일 러버만의 특징이 있다.



  나는 눈을 감고 쳐봐도 이 세 나라의 것을 구분이 될 정도로 나라별로 특징이 있다. 그래서 러버를 선택할 때는 특정 브랜드 보다 특정 나라 것을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


 

  각 회사마다 종류가 다르듯 나라마다 비슷한 성향의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특정 나라의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썼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  예를 들어  독일에서 만든 러버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을 써봐도 그 특유의 느낌은 비슷했다. 그래서 만약 독일 러버가 본인에게 맞는다고 생각이 들면 독일에서 만든 러버들 중에 경도와 스핀 정도를 따져서 선택하는 게 좋다.



 독일에서 제조된 러버를 잘 사용하다가 다음엔 일본, 이나 중국 러버를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회사는 유럽국가 스웨덴이지만 러버는 독일, 일본에서 만들어진다. 유럽회사라고 같은 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나라 러버를 써보는 것은 괜찮지만 특정 나라에서 만든 러버가 느낌이 좋고 본인에게 맞으면 그 나라에서 제조한 제품군 중에 찾는 것이 좋다. 하지만 러버 교체 때마다 나라별로 다른 러버를 쓰게 된다면 미세하지만 수십만 번 연습한 스윙 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본인은 잘 모르더라도 몸이 안다. 미세하게 자세가 변하고 러버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또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나는 한 가지 러버와 결혼하여 12년 이상 꾸준히 쓰고 있다. 아직도 3개월 교체 시기 때 새 러버를 붙이면 잠시나마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러버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한두 번 쳐보고 러버가 어떻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완벽한 러버는 없다. 회전도 내가 건 것보다 이상으로 걸리고, 내가 준 힘보다 더 큰 힘이 실리고 훨씬 안전하게 넘어가는 러버는 없다. 내가 준 힘보다 더 탄성이 있으면 컨트롤이 약하고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하며 회전이 많이 걸리면 안전성은 있지만 스피드와 속도에서는 줄어들게 되어있다.

 


  또 경우의 수가 하나 더 있다. 러버가 다양한 것뿐만 아나라 사람의 성향도 그에 못지않게 다양하다는 데 있다. 내가 힘이 좋아서 강하게는 보낼 수 있어서 안전한 러버를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힘이 좋은데 더 강하게 보내고 싶어서 탄성이 좋은 러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정답이 없다.

 


  마치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 정답은 없다. 결국 본인과 맞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극단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러버를 선택해도 된다. 하지만 그 극단적인 개성을 잘 승화시키고 반대편의 단점을 극복해야 함을 명심하자. 그만큼 러버에 대해 더 잘 이해해야 하며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어울려야 한다.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 어떻게 보면 찾는 과정도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다.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내가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처럼 러버도 다양한 느낌을 느껴보고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 자동차를 사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는 순간이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아직 본인만의 러버를 찾아 방황하는 탁구인이 있다면, 부디 본인과 맞는 러버를 만나서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방황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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