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목했던 꽃들을 농원에 심었다. 수국, 감국, 야래향, 장미를 심고 개나리를 더 심었다. 가운데 뒷산에 빙 둘러 심었다. 작년에 심었던 개나리는 몇 개 남지 않고 다 죽었다. 그래서 이번엔 산에다 꽂았다. 4~5개씩 뭉쳐 심었다. 잘 살길 바란다. 안 살면 내년에 또 꺾어다 심자고 했다.
삽목한 거 중에 배롱나무는 하나만 뿌리를 내리고 살아서 약국에서 키워보겠다. 배롱나무 꺾꽂이는 어렵다더니, 처음에 20개 정도 살아나는 거 같더니 겨울에 다 죽어버렸다.
농원에는 목련도 활짝 피고 벚꽃도 피어준다. 무엇보다 이름 붙인 목련과 벚나무가 살아줘서 고맙다. 죽은 줄 알았던 둘째처제목단도 살았다. 튤립도 많이 피었다. 농원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둘째처제는 본인이 디자인해서 정원의 틀을 구성한 거에 매우 만족해한다. 인근에서 최고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한다. 명소가 되면 사람들이 드나들어 안 되는데...농원은 오 남매 만의 천국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농원에 들어오면 모두들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해가 저문다. DSLR카메라를 가져가 꽃들을 찍었다. 목련, 벚꽃,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를 담았다.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담았다. 그들의 일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저녁 식사 후 목련차를 마시는 시간은 목련향 만큼이나 감미롭고 맑고 고운 마음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편안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들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인 걸.
농원에 들어가니 라일락이 환영한다. 둘째 처제의 센스로 라일락을 꽂아놓았다. 목련꽃도 다 떨어지고 벚꽃도 지고 있다. 봄꽃의 화려함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배롱나무 2그루를 집 앞에 심었다. 사 남매가 내 생일 선물로 사서 식재했다. 8년생과 5년생이다. 배롱 꽃이 피면 집이 훨씬 예쁠 거 같다. 영산홍도 심고 앵두나무도 심었다. 영산홍은 30주로는 양이 차질 않는가보다. 더 사다 심어야 하겠다. 작약도 많이 올라왔다. 죽은 줄 알았던 집 옆의 벚나무 하나가 싹을 내 놓았다. 하나는 아직 소식이 없는데 살았을 거라 생각한다. 큰 처제 목련도 싹을 내놓아 기쁜 모양이다. 올 해는 꽃을 피우질 못했지만 내년에 피우리라. 여기저기 뿌린 씨앗들이 발아하기 시작하니 새싹들이 많이 나온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예쁘게 장식할까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처남이 잔디 노래를 해서 잔디 1포대와 모래를 샀다. 집 주변에 잔디를 심었다. 큰 처제가 잔디 심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1년 치를 하루에 다했다고 한다. 일을 많이 하고 살아서 일하기가 싫어 식사당번을 맡겼었는데 어제는 의욕이 생겼나 잔디를 도맡아 심었다. 밤에 빈 곳을 더 심었다니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린 언제 일 안 하고 한가롭게 쉬다 가나요?”
“끝없이 일할 걸? 아마도~하하”
이틑 날 아침에 카톡하니 큰 처제도 몸은 아프나 기분은 좋다고 한다. 그거다.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고 우리의 미래를 경작하는 일이니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일이다.
처남도 새로 심은 잔디에 모래를 뿌리고 다지는 일을 하루 종일 했다. 저녁 먹는데 젓가락질을 못하더라고 큰 처제가 걱정한다. 내가 치료해 주리라.
둘째 처제도 호미 들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다. 농원 들어가는 긴 통로에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 금계국과 개나리를 더 심었다. 금계국이 피고 코스모스가 피면 농원이 정말 멋지겠다. 하루 종일 구부리고 앉아 호미질 하니 허리가 많이 아프단다. 이틑 날 지인이 양고기로 몸보신해준다고 점심초대를 해서 영양 보충했단다. 챙겨주는 사람 많아 행복하겠다고 했다. 큰 처제는 부처님께 공덕을 많이 쌓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니, 사람한테 정성을 들여서 받는 거지.
나와 아내는 땅을 일구어 방아(배초향,곽향)씨를 뿌렸다. 토종 허브이다. 꽃도 보고 향도 취하고 잎을 쌈싸먹고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는 활용도가 넓은 채소이다. 꽃이 지면 베어 약재로도 쓸 것이다. 방향성 건위제로 소화제이고 지사제로 훌륭한 약이고 여름 장마철에 식욕 없고 몸이 무거워 권태로울 때 효과 좋은 약재이다. 그러고 보니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씨를 뿌리고 긁어주는 일까지는 했는데 물을 주지 않았네.
둘째 처제가 정면에 뷰가 거슬려 우리 울타리 밖 남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는단다. 1년을 지내보니 땅주인이 전혀 손을 보지 않는 땅이다. 덤불이 다 덮어 뭉쳐있고 싸리 꽃도 찔레나무도 덤불이 덮고 있어 아름다움에 손상을 준다. 처음에 땅을 밀어놨을 때 아무 것도 없는 대머리 땅에 덤불도 감사하게 생각했더니 뿌리는 얕고 위로만 덮어놓으니 땅을 지지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었다. 노는 땅이라도 덤불로 덮여 있으니 풀도 제대로 못 나오겠다. 덤불을 걷어내서 아래 밭으로 끌어다가 태웠다. 끙끙거리며 일을 하다 보니 딸 가족과 저녁약속 시간이 다가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땅 언덕에 찔레나무가 덤불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데 시간이 없어 걷어내지 못하고 나왔다. 다음에 다 걷어내야겠다. 찔레꽃이 얼마나 예쁜데 언덕에 있었던 걸 생각도 못했다. 아내는 찔레꽃을 매우 좋아한다. 아내가 걷어내라고 했다는데 내가 말을 안 들었단다. 처제 말은 잘 듣고 마누라 말은 안 듣는다고 한마디 들었다. 아내는 찔레꽃을 봐야 하니 걷어내라고 했단다. 난 작년에 찔레꽃이 피었던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다. 작년에 피었었으니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단다. 난 잊기도 잘 잊는 사람이다. 까마귀 고기는 먹어본 적도 없는데.. 둘째 처제는 해바라기를 심겠다고 하니 덤불을 치워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신도 앞으로 찔레꽃을 봐야 하니 덤불을 걷어달라고 하라고 했다. 그렇게 오래 함께 살았어도 우리는 아직도 어긋나는 게 이렇게 있다. 난 뭐래도 엉겨 붙어 있으니 언덕이 덜 무너지겠지 생각만 했다.
매 주 밤늦게 나오다가 일찍 나오려니까 왠지 섭섭했다. 저녁 먹고 화덕에 불을 한참 때고 온갖 쓰레기와 마음의 찌꺼기를 다 태우고 나왔는데 그러지 못하니 뭔가 빠진 허전함이 남았다. “덤불을 끌어다가 다 태워서 불사랑 실컷 했으니 만족하잖아요." 하고 처남이 말을 해도 그들을 남겨놓고 나오는 일은 익숙지 않은가 보다.
딸의 생일과 내 생일이 한 달에 같이 들어 생일축하를 한 번에 해버린다. 딸이 여름에 일할 때 입으라고 땀이 잘 흡수되는 티 2개를 선물했다. 고맙게 입을 수 있겠다. 오늘의 노동이 힘들었나! 아내도 나도 서로 끙끙거리고 자고 신음소리를 들으며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니 몸은 좀 찌뿌둥해도 마음은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한다.
“정원은 천 가지 표정을 하고 있어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기분 좋은 향기를 뿜어내고 맛있는 과일을 제공하기도 하며 자연의 섭리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정원은 그 자체가 낙원이 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낙원이 없듯이 완벽한 정원 또한 없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소소한 행복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