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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Jul 06. 2021

오 남매의 낙원 2(고추 화상 대단하네?)

12.고추 화상

12. 고추 화상     


농원에 큰 처제, 둘째 처제와 우리 부부 넷이 들어가서 오후 내내 일을 했다. 장마철이라 비가 온다고 하더니 구름만 잔뜩 끼어 해를 가려주니 시원해서 다행이었다. 장마철에 접어들었는데 풀과의 전쟁을 어이할꼬? 풀 깎고 풀 뽑느라 정신이 없다. 제초제도 뿌릴 시기 지났고 올해는 풀 때문에 고생이 많겠다. 모두 풀 깎고 풀 뽑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둘째 처제와 코스모스를 정면 언덕 위로 옮겨 심었다. 달맞이꽃도 자리를 옮겼다. 올해 노란 꽃이 예쁘게 잘 피었는데 금계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주차장 가장자리로 옮겨 심었다. 화단에 꽃들이 피니 키에 따라 자리 배치하는 일도 중요하다. 매니저 둘째 처제의 고뇌로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아간다.          

부처꽃이 올라왔다. 둘째 처제가 뛸 듯이 기뻐한다. 일찍 농원에 들어와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면서도 보지 못했단다.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 나갔다가 발견하고 씨를 채취해서 뿌린 것이란다. 씨를 많이도 뿌렸지만 나오지 못한 꽃들도 많은지라 더욱 반가웠나보다.

코아 매트도 확장한 영토에 깔았다. 처남이 영토 확장 후 바로 매트를 가져다 놨는데 다른 일들에 밀려 깔지를 못했다. 비가 계속 오면 땅이 파이고 질척한 땅이 될 터이니 꼭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지휘 아래 둘째 처제와 난 이중으로 매트를 깔고 핀을 단단히 박았다. 아내는 매트 끝이 지저분하다고 땅을 파서 대리석 경계석으로 마무리하라고 했다. 둘째 처제와 난 말 잘 듣는 일꾼이다. 힘들어도 불만하지 않고 아내의 마음이 흡족하도록 일을 마무리했다. 난 그렇다 쳐도 처제는 참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형제들이 다 그렇다. 일단 반발을 해도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 아내는 훌륭한 우리 농원의 수장이다.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넘어져 큰 처제와 줄을 더 매 주었다. 아내도 부직포 옆으로 삐져나온 풀을 뽑아냈다. 토마토도 실하게 매달려 가지를 더 붙잡아 매 줬다. 고추를 따서 고추 각을 만들겠다고 아내와 둘째 처제는 한참을 손질했다. 아내는 집에 와서 손에 불이 나 잠도 못 잤다. 얼음을 쥐고 있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무심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이 고통스러워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설탕으로 비벼 씻으면 좋다고 해서 해봐도 소용없고 소염진통제를 먹고도 빨리 가라앉질 않았다. 캅사이신에 의한 고추 화상이 그렇게 심한 줄 처음 알았다. 밤새 잠도 못 자고 고생하다 아침에 겨우 잠이 들었다. 10시간 이상 안절부절 고생한 거 같다.  고추가 유난히 맵다고 하더니 고추 화상으로 고생했다. 둘째 처제도 손에 불이 나서 잠을 못 잤단다. 피곤한데도 손질한 거 쪄서 말려야 한다고 이튿날 아침 일찍 농원에 들어갔단다. 몸이 무거워 진통제 먹고 움직였단다. 둘째 처제는 부지런하고 참 대단하다. 큰 처제는 애기 봐야 해서 고추 손질하는 데서 빠지길 잘했다. 자매들이 1박 2일 힐리언스 선마을 다녀와서 쉬지도 않고 일을 하고 고추 화상에 잠 못 자고 이러다 병날라! 농원 식구들 고추 구각 먹이자고 고생이 너무 심하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김구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아내와 둘째 처제가 농원 식구들 고추 각 먹이자고 고추 화상 입고 밤새 고생하는 거 보니 다음엔 고추 구각 해 먹지 말자고 해야겠다. 이튿날도 둘째 처제는 쪄서 말리느라 또 손을 댔으니 고통이 많았을 것이다. 며칠을 해야 한다니 고생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가족들이 좋아해서 먹이자고 한 일이지만 너무 희생이 크다. 이번엔 두 사람의 인내심으로 맛있는 고추 각을 먹기는 하겠다. 모두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특히 둘째 처제의 작은 아들과 우리 아들과 사위에게는 이 고통을 감내하고 만들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그들이 좋아해서 만들기로 했으니까 어머니들의 정성과 고통을 함께 먹어야 제 맛이지.     


아내는 이튿날도 고통스러워했다. 괜찮다가도 물을 만지고 설거지를 하면 통증이 온다고 했다. 10시간 정도 지나면 고통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 물을 대고 물건을 접촉하면 통증이 오니 생각보다 캅사이신에 의한 통각 세포의 손상이 길게 지속되었다. 난 특효약을 발견했다. 고추 화상을 입어도 고통을 잠재울 나만의 한약제제 약을 찾았다. 빨리 고추 화상의 고통을 잠재울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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