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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Jun 30. 2021

오 남매의 낙원 2 (꽃이 가득한 계절)

11. 꽃이 가득한 계절

11. 꽃이 가득한 계절     


 백일홍이 지난주 보다 더 피었다. 질서 정연하게 줄 서서 피어준다. 우리들의 정원을 백일홍이 빛내 준다. 코스모스도 계속 농원을 밝혀준다. 백합이 소담하게 피었다. 꽃이 큼지막하니 8개의 백합이 농막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하다. 나리꽃도 피었고 보라색의 아게라텀도 낮게 피어 예쁘다. 족두리 꽃도 피었다. 작년에 친구 아내가 챙겨줬던 족두리꽃 씨를 받아 뿌려서 여기저기 몇 개가 나왔다. 봉숭아도 빨간색과 자주색이 피었다. 올해도 물들이기 해야지. 체리 세이지가 매혹적인 빨간 입술을 내보인다. 제라늄도 손들고 나온다.       사진부터 찍었다. 꽃이 가득한 계절이니 꽃만 봐도 행복하다. 가지가지 종류별로 예쁘기도 하다.


" 꽃을 가슴에 가득 품고 사니 무엇이 부러우랴. "


 난 예초기를 메고 풀을 깎기 시작했다. 아내와 처제들은 꽃밭에 풀을 뽑느라 바빴다. 이웃이 챙겨준 세시 꽃, 제비꽃, 부추를 자리 배치해서 심었다. 세시 꽃은 작년에 우리가 분양해준 꽃인데 올해 거꾸로 분양받았다. 작년에 농원에 잔뜩 심었었는데 물이 고이고 토사가 쌓여 다 죽었다. 매우 잘 번지는 꽃이라 생각하고 씨도 많이 받아 뿌렸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두 다 사라졌다.


밭에 풀도 많이 자란다.

작년엔 황량해서 풀조차도 귀했는데 올해는 풀 뽑느라 정신없다.      


 처남은 야외 의자와 탁자에 색칠하느라 여념이 없다. 노란 형광색으로 칠해서 야외에 펼쳐놓으니 파란 잔디에 잘 어울리는 모양을 만들었다. 이것저것 색을 조합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실패도 해가면서 칠을 했다. 올해의 콘셉트는 노랑이라나? 노란색으로 귀결한다. 노란 병아리가 연상되는 형광색이 멋들어진다.      

 밭고랑에 풀을 깎고 지난주에 마치지 못한 부직포 깔기를 아내와 큰 처제의 협력으로 다 깔았다. 지난주에 부직포를 깔은 데도 풀이 삐져나온다. 대단하다. 고구마 줄기와 같이 뻗은 잡풀은 뿌리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고구마가 달리지 못하겠다. 고구마와 같이 자란 풀을 뽑아내면서 내년에 풀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농사는 쉬운 게 아니었어. 풀을 잘 제어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고구마 줄기를 살펴보다 노래기를 발견했다. 작년의 징글 하던 전쟁이 떠오른다. 올해도 노래기가 출몰했다. 장마철이 시작되니 각오해야 할 거 같다. 둘째 처제가 천막에서도 발견했다고 한다.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 하지만 어쩌랴! 장마 끝나야 없어지는 것을. 자연과 싸워야 이길 수 없던 경험을 작년에 뼈저리게 경험했으니 올해는 담담하게 대처하겠다.        

 오이 하나가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오이가 매달리고 있다. 하나 심었는데 5~6개가 열려 크고 있었다. 여주 3개도 같이 심었는데 감고 올라갈 데가 없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지대 4개에 끈으로 얽어 타고 올라가게 만들어줬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 우스꽝스럽게 얽어맸다. 모양이야 관계있으랴! 붙들고 올라가 열매를 매달면 그만이지.

“미안하다. 다음에는 제대로 만들어줄게.”

 아내와 둘째 처제는 몇 개 달린 복숭아에 봉지를 씌웠다. 키워서 맛보려고. 과연 첫 수확할 수 있을까? 애기사과는 다 떨어졌다. 꽃이나 보자고 했는데 따먹고 싶은 욕심이 생기나 보다.         

 점심은 큰 처제가 준비했다. 햄 감자탕과 된장찌개로 맛있게 먹었다. 새참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엔 돼지불고기를 먹었다. 일을 하면 고기를 먹어야 된다고 하면서 둘째 처제가 준비했다. 매우 고맙게 먹었다. 둘째 처제는 전날 지인들 초대해서 손님 접대도 하고 밤늦도록 꽃밭에 꽃을 옮기고 풀을 뽑았다고 하더니 눈이 휑하니 피곤해 보였다. 잠깐 쉬었다가 계속 일을 했다. 모두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도 같고 걱정도 된다. 살살해야겠는데 그게 잘 안되네.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근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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