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농원에 들어갈 사람들이 없으니 게으름을 피웠다. 할 일도 없을 거 같으니 그냥 쉬자고 아내는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뭉그적거리는 것은 머리만 아플 거 같아 점심을 늦게 먹고 농원에 들어갔다. 들어가면 할 일이 없는 적이 없었으니 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후 3시에 들어갔다.
아내는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바쁘다. 난 돌계단 몇 개를 파서 앉히고 밭에 가서 고구마 줄거리를 펴놓고 고춧대를 태웠다. 고구마 줄거리는 마른 다음 예초기로 잘게 부숴 놓으면 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농원의 가을걷이를 끝내고 겨울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 영하로 떨어진 날이 오래 지났는데 생각을 못 했다. 몽골 텐트 안에 방치돼 있던 호박은 이미 얼었다. 창고와 텐트 안에 보관된 고구마도 얼을 거 같아 방으로 1박스 들여놓고 2박스는 집으로 가져왔다. 호박도 가져왔다. 먹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무도 얼을 거 같아 다 뽑아 가져와서 동치미를 담근단다.
지하수 펌프 박스 안에 버릴만한 이불 2개를 가져가 파이프를 감싸 놨다. 작년에 얼어서 처남이 밤새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 조치를 하게 된다.
화덕에 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역시 구워 먹는 고구마는 별미로 맛있다. 올해 고구마를 캐고 화덕에서 처음 구워 먹었다.
지난주에 밭에 펴 놓은 고구마 줄거리를 예초기로 잘게 잘랐다. 고구마 줄거리가 생각보다 질겼다. 여러 번 반복해서 잘라야 했다. 겨우내 거름으로 흙에 섞이리라.
동파용 열선을 펌프 주변에 둘러놓고 화장실 세면대와 주변을 감아 놨다. 올해는 물이 얼어서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도시에선 영하 10도 이하에서 어는데 농원은 더 추우니 영하 7~8도 내려가면 수돗물을 흘려야겠다. 겨울엔 평일에도 수시로 드나들어야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