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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서 기억으로

《널 보낼 용기》 송지영

by 서무아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옛님은 아니 뵈네

들국화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붙일 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본다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 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 헤매다 가네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서늘한 가슴 한 켠에만 간직되어 있는 사람. 죽음으로 영영 멀어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추사 김정희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悼亡詩를 지어 아내를 잃은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중신 할매 내세워 명부에 소송을 해서라도

다음 생에서는 부부가 바꿔 태어나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당신은 살아

그대가 지금 이 슬픈 내 마음을 알게 하리라


그리운 사람의 평안을 기원할 뿐 어떤 다른 소통도 할 수 없으니 그리움은 더 짙어지고 고통은 더 깊어간다. 차라리 내가 죽는 편이 더 나을 듯한 심정이 된.

하지만 마냥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현재 내 옆에 있는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다. 나에게 유익한 일도 아니며 떠난 이가 바라는 일도 아니다. 살아남은 자는 지금 여기를 살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송지영 작가님이 2025년 11월 출간한 책, 《널 보낼 용기》읽었다. 큰 아픔을 겪은 슬픔과 그 시간을 지나오는 고통에 진한 공감을 느꼈다.


2년 전 떠나보낸 남편,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지켜보고 보살펴 온 우리 세 아이들 가족. 자책감에 빠지기 쉬운 살아남은 자들의 회한.

감정이 차오르면 한 편의 글로 정리하여 남기고 또 차오르면 또 쓰는 글쓰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비슷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한 딸을 잃고 절망의 심연에 빠진 작가님.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되고 또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다.


각각 초ㆍ중ㆍ고ㆍ대학을 다니는 네 손주들이 떠올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곧 고3이 되고 대학 2학년이 되는 두 딸을 키우고 있는 큰애와 중 1, 중2가 될 남매를 키우고 있는 둘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야겠다. 엄마인 나의 미숙함과 결핍으로 두 딸들이 성장기에 입은 상처와 고통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유의 길을 모색해야겠다.


힘든 경쟁사회 속에서 얼마나 쉬이 우울증으로 내몰리게 되는지, 그 고통에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세 아이들을 지지해 주고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얼마나 아프며 그걸 지켜본은 부모와 가족들은 또 얼마나 큰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지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절절한 문장으로 깊고 뜨겁게 표현한다. 가슴 싸아해지는 아픔과 울컥 눈시울 뜨거워지는 공감 속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떠올려 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작가님이 한 발 한 발 정성껏 걸어온 고통과 치유의 기록들로 이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한 의도가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미 겪은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사전 예방의 가르침을 주는 고마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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