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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an 10. 2023

마지막 하나 남은 졸업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졸업"

지금까지 네 번의 졸업을 했다.

초. 중. 고. 대

열다섯 번의 졸업을 마주했다.

세 명의 아이들의 유. 초. 중. 고. 대


중 3. 2학기 때.

공부 시간을 확보하고(집안일을 도우며 공부하느라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 격인 연합고사를 앞두고) 이발비를 아끼기 위해 머리를 빡빡 밀었었다.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지적을 받았던 시절이라 이발소를 자주 가야 하는 불편함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은 머리를 빡빡 밀면 반항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었다.)

하필이면, 빡빡 민지 며칠 되지 않아서 졸업 앨범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 앨범에는 땡중 한 명이 있다.


고 3 2학기 때.

중학교 때의 아픈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최대한 깎지 않고 버텼다.

다행히 머리가 길다고 학교에서 지적하진 않았었다. 대학 입학시험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예상했던 날짜보다 더 늦게 졸업 사진을 찍었다.

머리는 초. 중. 고 12년 중 가장 길었었다.

그날 비가 많이 왔었다.

문제는, 내가 반곱슬이라 비가 오면 머리카락이 구불거린다는 것.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는 파마한 아주머니 한 명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난 오래전에 졸업 앨범을 다 버렸다.


대학교 때.

졸업 사진을 찍지도 않고 졸업 앨범을 사지도 않았다.

그냥 사진관에 가서 학사모 쓰고 찍었다.

그 사진은 액자에 넣어 지금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19번의 졸업 중 가장 좋았던 졸업은

나와 아이들의 대학교 졸업이었다.

나의 졸업은 나에게 매월 수입을 얻게 해주는 것이었고,

아이들의 졸업은 나를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간섭(교육을 한 것이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간섭이었을 수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딱 하나 남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매년 유급을 당해서 한 해라도 더 늦게 졸업하고 싶은 기대가 있다.(아직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을 수도)

지금까지의 그 어떠한 졸업보다도 더 기쁘게 졸업하고 싶다.

마지막 졸업을 기쁘게 한다는 것은,

그때까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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