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결혼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아이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과, 다행이라는 안도와, 새 생명에 대한 기대와 기쁨이 교차했다.
아이를 빨리 낳기 위해 26살에 모든 방해 요소를 다 무시하고 결혼한 후 27살에 첫 아이를 만난 나로서는,
33살이라는 나이에야 아이를 가진 상황이 안타깝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더군다나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를 낳고 싶으나 낳지 못하는 사람마저 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겠다.
전화를 끊고,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난 후,
모든 감정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상시로 돌아왔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할아버지가 된 다는 것을 별로 생각해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들뜨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서인지.
지난 몇 년간 감정이 많이 메말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열심히 자라고 있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모임에서든 즐거운 분위기를 주도했었고,
기쁜 일이 있으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날뛰었었다.
온갖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감정이입도 잘되어서 정신과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이가 든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텐데,
내가 아이를 얻을 때보다 더 기뻐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나를 대하며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예전 같으면
부모의 몫일수도 있는 태명을 짓고
미리 이름을 생각하고
아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을텐데.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새 생명이
이러한 나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글을 쓴다.
어떤 기분일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