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알고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공연 행사가 열리기가 쉽지 않았다. 공연 보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도 안타깝지만, 공연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치명적인 일이었을까.
2022년 들어서는 공연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대문구 찾아가는 문화마당'역시 마찬가지다. 오프라인으로 중단돼 왔다가 2022년 여름 들어 재개됐다. 찾아가는 문화마당은 공연예술가들에게는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진 것이고, 주민들에게는 문화 공연을 우리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나는 총 두 번의 문화마당 현장을 찾았다.
* 첫 번째 찾아가는 문화마당은
7월 12일(토),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의 개관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건물 3층 시네마라이브러리에서 펼쳐졌다.
퓨전국악그룹 "소유" - 신명 나는 우리 가락
먼저 퓨전국악그룹 "소유"의 무대였다. 답십리 영화미디어아트센터의 역사적인 첫 공연이라 공연예술가나 관객 모두가 다소 긴장된 상태일 수 있었을 텐데, 퓨전국악그룹 소유는 멘트와 공연 모두 잘해주었다. 처음에는 관객들의 호응이 소극적이었는데, 끝내 마지막엔 큰 호응을 일어나더라. 앙코르곡까지 약 다섯 곡을 선보인 끝에 무대를 마쳤다. 관객분들 중 어르신이 많으셨는데 어르신을 배려한 무대 선곡 및 배너가 돋보였다.
대중가요 붉은 노을을 부르면서 '얼씨구', '좋다' 등 추임새를 유도하며 관객과 하나 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요"라는 말이 떠올랐던 공연이었다.
임보라 트리오 - 힐링의 영화 뮤직
트리오인데 두 분만 나오셔서, '아직 준비 중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 한 방 먹었다. 역시 음악가는 음악으로 말하더라. 내가 아는 곡이자 영화 OST이기도 한 비틀스의 'Black bird'를 피아니스트와 베이시스트 듀오가 연주하는데 굉장히 색다르게 들렸고, 찐으로 감동이 밀려왔다. 첫 곡이 끝난 뒤 인사 및 소개가 있었는데, 사실 이미 첫 곡 연주로 소개가 갈음되었다고 해도 됐다.
플루트 연주자까지 완전체를 이룬 임보라 트리오는 <영화, 음악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살려 영화 속 사랑과 관련된 음악들을 이어서 선보였는데, 굉장히 베테랑 공연가이며 훌륭한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당시 '토이스토리 2' 영화를 보러 온 아이 관객들이 자리를 드나들고, 다소 시끌벅적한 공연에 집중하기 매우 열악했을 텐데도 프로답게 흔들림 없는 모습에 감탄도 나왔다. 임보라 트리오의 연주에 큰 감동과 치유를 받았다. 올해 관람했던 여러 문화공연 중 내게는 단연 최고였다.
'코로나19' 시기로 장 기간 이러한 근접거리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어 공연 관람 갈증이 컸었던 가운데, 이번 공연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 두 번째는 찾아가는 문화마당은,
2022. 7. 11.(일) '문화바캉스'란 테마로, 무려 34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열렸다.
재즈밴드 오닐 - 재즈가 이렇게 좋은 음악이야!
재즈밴드 오닐은, 모두가 알 만한 팝송 'LOVE'를 첫 곡으로 선보였다. 이날 첫 번째 팀으로 막 시작하는데 마이크가 작동 안 돼 다시 시작하는 등 첫 공연팀이 가지는 힘든 부분 속에서도 그걸 극복해 내시고 공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멋있더라. 무더위 속, 다소 어수선할 수 있는 야외에서였음에도 연주가들이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 베이스는 전자기기가 아니어서 소리 전달이 쉽지 않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관객들에 분명 고스란히 전달됐을 것이다.
지난 문화마당의 임보라 트리오 공연 때도 느꼈었는데, 재즈 공연 정말 좋더라. 원래도 좋아했는데, 현장에서 아티스트 바로 앞에서 재즈 공연을 직관하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좋아서!
가수 김동렬 -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신나는 락앤롤 타임!
두 번째 공연자는 JTBC에서 방영됐던 프로그램 '싱어게인2'의 70호 가수로 출연, 대중들에 이름을 알린 가수 김동렬이었다. 그의 무대는 한 마디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무대였다. 오직 일렉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꽉 찬 공연 무대였다. 연주-보컬, 관객 호응까지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야외 공연이라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다소 생소한 노래를 많이 했었음에도 관객을 확 사로잡은 것은 결국에는 실력이 정말 어마어마했다는 거다.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이곳의 열기를 이렀게까지 뜨겁게 해 주시다니, 대단하십니다"라고 감탄할 정도였으니까. 앞으로 더 알려지고 사랑받는 가수가 되길 바라고, 그렇게 꼭 될 것이라 믿는다. 관객을 기분 좋게 해 준 김동렬 가수, 앞으로 힘껏 응원하겠다.
국악인 김준수 - 뛰어난 가창!
국악인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소개를 뛰어넘는 비주얼의 국악인 김준수. 그가 들려준 뛰어난 가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곡은 명성황후 주제곡 '나 가거든'으로 역시 대중들에게 익숙한 선곡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곡, 본격적인 국악의 소리를 들려줄 때부터가 찐이더라.
국악은 국악이었고, 국악인은 국악인이다. '한' 서린 소리는 가슴을 후벼 팠고, 진한 여운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사출두'공연을 통해서는 우리의 흥겹고 구성진 가락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부채를 휘리릭 펼치며 관객과 하나 되는 모습은 <문화마당>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에 매우 적합했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도, 서울한방진흥센터 문화바캉스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잘 지어주셨다.
주민 입장에서는 멀리 공연장까지 가지 않고 우리 동네에서 편하게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고, 공연예술가 입장에서는 좁아진 무대 기회 속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좋고.
"동대문구 찾아가는 문화마당"은 모두에게 이로운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예술가들이 꾸준히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을 만나 지역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다 주길 기대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