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바탕 휘몰아치는 세찬 바람에
티끌들은 두 말 없이
스러지고 녹아내릴 터
그러고 나면
마침내 문 두드리는
향긋한 계절의 냄새
목도하리라
응당 이뤄지는 자연의 법칙
신의 간섭하심과 섭리처럼
심장 한켠… 그중에서도
저 먼 안쪽 구석에 자리한
걱정과 근심, 염려도
그러했으면
마치 몽당연필 같기도 한
가난한 심령
더 이상 깎아낼 여력
없다는 것 잘 알기에
더더욱 이리 읊조리는 것이리라
현재, 걸어가는
마음의 길이 한없이
곤하고 협착하다 하여
채근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란 걸
알아주기를
다만
그간 쌓인 감정의 티끌들
그 모양이 어떠하든
과감히 쏟아내고
또다시
스치우는 희로애락으로
새로이 채워내기를
그리고
조금만 더 인내하길
더 많이 소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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