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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27. 2024

난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딸은 자식을 낳아야 철이 든데.

어릴 적, 마트를 가도

늘 아빠랑 자식들이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사 엄마.


어릴 적, 쇼핑을 가도

늘 아빠랑 자식들 옷 사기 바빴던 엄마.


"난 나중에 사면된다."


도대체 그 나중은 ?




출산 전에 늘 결심했던 말이 있었다.

"무조건 내가 1순위."


출산 후에 결심에 말이 덧 붙다.

"무조건 내가 '뒤에서' 1순위."




항상 자신을 뒷전에 두던 엄마가 이해되지 않답답했었다.


어차피 가족들 반찬 본인이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거, 먹고 싶은 거 사도 되지 않나?

하지만 엄마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내려놓다.


쇼핑을 가도 마음에 들면 사 되는 걸.

대보고, 또 고민하다 결국 내려놓는다.

'당장 필요한 거 아니니깐.'

'입고 갈 데도 없는데 뭐. 나중에 급할 때 사면된다.'

미리 사서 급할 때 입으라고 옷을 사는 게 아닌가?


당시의 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난 절대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

남편이든, 자식이든.

무조건 내가 먼저여야지.

다짐한 나는...

자식을 낳고 나서야, 그때의 엄마이해되었다.


장을 볼 때면, 남편이 이걸 먹냐? 안 먹냐를 먼저 고려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같이 먹으면 좋으니깐.

입맛이 달라 난 좋아하지만, 남편이 불호라면 고민하다 결국 사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먹지 않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묻지도 않고 샀다.


쇼핑을 가도 내 것이 아닌, 아이의 옷이 먼저 들어오고 다음에 남편의 옷이 눈에 띄었다.

내 옷에는 눈길도 안 간다.

어차피 입고 나갈 데도 없는데...

급한 것도 아닌데.

과거 엄마의 말 내가 하고 있었다.


바깥일하는 남편, 집에 마누라도 있는데 밖에서 후줄근하게 다니는 게 싫어 옷을 다.

정작 나는 집에서 잠옷과 늘어난 티셔츠로 연명해도 남편은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만족했다.


집에만 있는 아기여도 아기는 예쁘게 입혔다. 갑자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늘 준비태세랄까.


만족했고,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결국, 괜찮지 않나 보다.


한 계이 끝나, 다음 계절의 옷으로 정리하다가 알았다.


나 옷이 없구나.

이번 계절에는 옷을 사지 않았구나.


늘 나중에~ 나중에~

필요할 때~ 급할 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계절이 끝난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예쁠 나의 지금이 야속하게 잠옷으로 끝났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한 딸은

자식을 낳고서야,

엄마를 이해하는 엄마가 되었다.


결혼 전에 여동생이 선물해준 고가 원피스 - 내가 가진 옷 중 젤 비쌈    & 결혼 전에 내가 나에게 준 선물 - 처음이자 마지막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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