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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20. 2024

출산 이후, 인생 계획은 무의미.

극 J가 P로 바뀌어가는 서막

MBTI : INFJ


난 모든 것을 몇 수 내다보고, 여러 개의 플랜을 미리 계획하는 극 J 성향으로 인생을 계획하며 살던 여자였다.


연애도 계획, 결혼도 계획 심지어 임신도 원하는 출산 달과 띠, 출산휴가&육아휴직 그리고 복직과 육아기단축근무까지 고려해 계획한 배란기에 한방 임신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거기까지였다...




32주, 버티고 버텨 휴직에 들어갔다!!

제왕 날짜도 철학관에 비싼 돈주고, 좋은날 빼서 39주로 미리 잡았으며, 약 2개월은 집에서 푹 쉬면서 출산가방도 싸고, 아기방도 꾸밀 계획을 꿈꿨지만...


이때부터였을까, 더이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35주에 태동검사에서 약한 수축이 보여, 눕눕처방받아 모든 약속 전면 취소하고, 집콕한 채 누워만 있다가~

36주 검진 때, 괜찮다는 소견 듣자마자, 밀린 아기방 청소하고 꾸미기를 정말 하루종일했다.


결국, 다음날.

36주 2일.

아침 먹고 선 자세에서 빨래를 개던 도중,

에취- 재채기 한 번했는데~


주룩-


왼쪽 다리로 무언가 흘러내렸다.

정말 한 방울만.


처음에는 소변이 나온 줄 알고, 화장실로 달려갔으나 아니었다.

무색, 무취, 온도도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양수인가? 그냥 분비물인가?


글로 배운 양수는 왈칵 쏟아진다거나,

락스 냄새가 난다는데...

그 한 방울 또륵과 무취라 혼란스러웠고,

병원 문의하자, 정~ 불안하면 내원하라는 간호사 말에 남편 호출해서 오후 진료 대기했다.


일하다 말고 온 남편은 저번주처럼 해프닝일 거라 여겼고,

나 또한 작은 이벤트로만 여겼는데...


초음파실이 아닌, 굴욕의자에 앉아 양수 검사를 했다.


계속 의아하게 보던 의사가 한 말.


"어차피 수술하기로 했으니깐, 오늘 합시다."


양수가 조금 샌 흔적도 있고, 문제는 겉으로는 나오지 않은 내부 출혈이 있다는 말에 갑자기 수술이 잡혔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아직... 36주인데...

열 달이 아닌, 아홉 달 만에 아기를 출산했다.


36주 조산아지만.

2.9kg, 건강한 딸이 태어났다.


내가 계획한 4월 아기가 아닌,

3월 아기로 태어난 딸의 출생을 시작으로


난 더 이상 인생을 계획할 수 없는,

P의 길을 걷게 되었다.


딸의 첫 발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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