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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tie Jul 15. 2022

자존감 지도, 나만의 기준을 만들기

사실, 자존감이 낮은 우리 모두 다 안다. 

비교하지 않으면 더 행복해진다는 걸.

하필이면 제일 하기 힘든 게 비교하지 않는 건데 어떻게 해야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친구들 몇 명을 불러서 조촐하게 저녁밥을 해준 적이 있다.

거창할 거라곤 없는 요리에 제대로 된 무드등 하나 없는 내 자취방에서 우리 몇 친구들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나누고 행복하게 웃었다. 그날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아 잠들기 전 으레 그렇듯 SNS를 뒤적이다가 친구 중 한 명이 스페인 여행 중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저녁식사를 한 사진을 보았다. 1년에 남편과 몇 번씩 해외여행을 가고 갈 적마다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는 친구다. 예의상 좋아요를 꾹 눌러주면서 문득 깨달았다. 사실 오늘만큼은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럽지 않다는 걸. 오늘 우리 집에서의 저녁을 그 친구의 레스토랑 저녁과 바꾸고 싶냐고 물어보면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얼마나 비싼 음식과 와인을 주문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 그들과 나눈 좋은 대화, 그렇게 생긴 값진 추억은 감히 몇십만 원짜리 식사가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비교하지 않고 나의 행복을 만끽하던 그 순간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나만의 기준이 생겨버리니 타인의 삶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즉시 삶의 중요한 주제들을 나눠서 각각의 주제마다 나만의 기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거환경, 패션, 직업, 가치관, 취미, 인간관계, 여행, 목표. 크게 이런 카테고리들을 정해봤다. 


그중 하나의 예로 주거환경을 들어본다. 20대 전체를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보낸 덕분에 나는 반강제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았다. 다행스럽게도 방랑하는 삶이 체질에 맞았고 체력과 환경이 허락하는 한은 이런 삶을 계속 살아나가고 싶다. 그래서 내 짐은 캐리어 두 개가 전부다. 한 나라에 정착해 1년 이상 살다 보면 살림이 늘긴 하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은 대부분 그 나라나 도시를 떠날 때 되팔거나 무료 나눔으로 처분을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웬만하면 기본적인 가구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살림이 이미 구비되어 있는 집을 구하고 관리하기 편한 스튜디오 플랫을 렌트한다. 그 외에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생활 및 주방 용품 등은 이케아에서 구입한다. 중요 문서는 노트북과 아이패드에 저장하고 독서는 전자책으로 하며 종이책이 보고 싶을 땐 도서관을 이용한다. 그래서 많은 짐이 필요 없다. 아마 모두가 이런 삶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내 지인들만 해도 한동안 떠나지 않고 살 도시에서 내집마련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뷰가 좋은 도심 속 넓은 아파트나 경치 좋은 전원 속에 잘 지어진 집을 가보면 집 좋다 부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나는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삶보다는 다양한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집을 위한 장기투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는 걸 부러워하는 내 친구들도 그 부러움이 오래가진 않는다.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면 이렇게 비교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기준이 다르니까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다른 카테고리들에도 나만의 기준을 적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어 명품백과 명품 구두 쇼핑을 자주 하는 친구가 굳이 부럽지 않았고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내가 적은 기준들을 저장시켜놓고 누군가가 부럽고 질투가 나려고 하는 순간마다 꺼내서 읽어봤다. 내가 정한 기준들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유일한지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그만큼 고유하단 걸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구경하러 동물원에 간다고 치자. 나는 코끼리와 판다를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코끼리가 나에게, "판다랑 나 중에 누가 더 귀여워?"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둘 다 너무 귀여운 걸, 그리고 둘 다 너무 달라서 도저히 비교를 할 수가 없다. 크기, 모양, 색깔, 생활패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둘 다 매력이 있는 것인데 그 둘을 어떻게 비교하겠나. 그런데 이 원칙은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다 고유한 존재다. 아무래도 한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외모도 다른 인종의 사람들보다는 더 공통점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은 각자 너무나도 다르다. 생각해보면 전 세계 수많은 사람 중에 목소리조차 나랑 똑같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지 않나. 그러니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비교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세상에서 유일한 나를 사랑해주고 또 유일한 내 주변 사람들을 인정해주자. 그럼 누구의 행복도 아닌 나의 행복이 나에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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