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내게 특별한 나라다.
작년에 아이와 한 달 가까이 방콕과 끄라비를 여행했던 그 곳을, 이번엔 남편과 부모님까지 함께하는 대가족 여행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엄마, 나 또 방콕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부모님과 4박 5일 정도만 함께하려던 계획이 어느새 3주 전체 일정으로 불어났다. 아이와 둘이 떠나려던 조촐한 여행이 5인 대가족 여행으로 변모한 것이다.
여행을 앞두고 나는 심란하기만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해외여행 부모님 10계명"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연 3주 동안 부모님이 나의 여행 스타일을 잘 따라와 주실 수 있을까? 나 역시 어디까지 배려해야 할지 막막했다.
"엄마, 진짜 나는 여행 로컬로만 다녀. 괜찮겠어?" "응, 괜찮아." "엄마, 시장에서 3천 원짜리 쌀국수만 먹어야 할지도 몰라. 괜찮아?" "응, 괜찮아."
엄마의 무조건적인 긍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실상은 전혀 다르리라는 것을.
여행 스타일부터 삐걱거렸다. 즉흥적인 나와 달리, 아빠는 패키지 여행사 스타일의 꼼꼼한 일정표를 요구하셨다. 기차 시간 정도만 메모해두는 내게 일정표란 사치였다. 이에 아빠는 "너를 뭘 믿고 가냐"며 비난을 퍼부었다."그럼 왜 3주나 자유여행을 함께 간다고 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편으론 부모님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연로하신 부모님에겐 막내딸과의 첫 해외여행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단순히 나와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유지하되, 계획은 조금 더 꼼꼼히 세우기로 했다.
과연 우리 가족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채, 9월을 기다린다. 방콕의 뚝뚝부터 치앙라이의 코끼리까지, 세 세대가 함께 만들어갈 추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