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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이 Nov 07. 2024

편안함 대신 선택한 모험, 방콕 유스호스텔

부모님, 아이와 함께하는 태국 자유여행시리즈 

방콕의 밤공기는 습하고 무거웠다. 

인천공항에서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수완나품 공항은 한밤중임에도 여행객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미리 예약해 둔 픽업 차량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오는 동안, 이 낯선 도시에서의 첫날이 과연 잘 흘러갈 수 있을지 작은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아빠, 우리 이제 호스텔로 가요."


나는 아빠의 표정을 살폈다. 호텔도 아닌 호스텔이라는 말에 아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우리 가족에게 이번 태국 여행은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특히 호스텔은 더더욱 그랬다. 

평소라면 당연히 호텔을 선택했을 테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아빠에게 새로운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스호스텔. 이름만 들어도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곳은, 전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다. 도미토리룸이라 불리는 다인실에서 낯선 이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나는 특별한 방을 찾아냈다.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3인실부터 8인실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미토리룸 대신, 우리 가족만의 독립된 공간을 준비한 것이다.


덥고 습한 방콕의 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호스텔을 고르던 날들을 떠올렸다. 수많은 숙소들 중에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곳을 찾기 위해 밤늦게까지 리뷰를 읽고 위치를 확인했던 시간들. 호스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용 라운지, 현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 그리고 여행자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숨 쉬는 공간이라는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가 우리가 머물 곳이에요."

늦은 밤, 호스텔 리셉션에 도착했을 때 아빠의 눈빛이 흔들렸다. 평소 호텔의 화려한 로비와는 사뭇 다른 소박한 분위기였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공간이 우리를 반겼다.





대부분의 호스텔이 2층 침대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방에는 다섯 개의 싱글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마치 작은 기숙사 같은  분위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런 구조의 방은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수많은 호스텔을 검색하며 찾아낸 특별한 발견이었다.

"어때요? 생각보다 괜찮죠?"

아빠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미토리룸처럼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 보였다. 


짧은 밤이 지나갔다. 이 호스텔을 예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칸차나부리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차역에서 도보 10분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5시간의 짧은 수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이 피로를 덮었다. 






유스호스텔에서의 첫 경험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했다. 여행이란 것이 단순히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임을 함께 깨달을 수 있었다. 때로는 조금 불편하고 낯선 선택이, 더 값진 경험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배운 순간이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칸차나부리로 향하는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방콕의 첫날밤은 짧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태국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이 특별한 밤은 그 여정의 완벽한 서막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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