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너만을 생각한 밤이 있었어-’
구형 스타렉스를 운전하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박기영의 노래 ‘시작’.
뮤직비디오를 보면 보라색 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가수가
어색해 보였던 옛날과는 달리.
요새는 참 트렌디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유행은 돌고 돈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핸들이 유독 뻑뻑한 날이다.
그런 내 맘을 모르는지, 날씨 또한 꿉꿉하다.
마른장마로 끝이 날 줄 알았던 이번 여름이었지만
장마는 이제 시작인가 보다.
늘 나는 시작이 어려웠다.
겁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저 귀찮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무엇을 시작함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루틴을
피곤한 내 몸이 받아들이는 그 스트레스를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시작한 것은 꾸준히 잘 해낸다.
어느새 러닝은 10년 차에 접어들고
주짓수도 6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궤도에 접어들면
어찌저찌 꾸역꾸역 하는 나 자신이
가끔은 참 미련하면서도 대견하다 싶다.
남들은 ‘시작이 반’이라고들 한다.
음.. 그래 그렇지. 그 말도 틀리진 않다.
하지만 내 맘에 와닿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을
나는 더 좋아하고 마음에 와닿는다.
뭐 어찌 됐든.
태어난 순간부터 내 인생이란 마라톤은 이미 시작되었다
가끔 코스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도 가고
레이스에서 탈주하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지만
옆구리가 터진 김밥처럼 어영부영 가고 있다.
남들은 잘 달리는 줄 알고, 부러운 때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웬걸, 그들도 자기 레인에서 옆구리가 터진 채 달리는 건 똑같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시작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겐 도전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내일부터 하는 어떠한 의식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요즘의 나에게 ‘시작’이란 단어의 무게감은
예전보다 훨씬 덜 하다는 사실이다.
주말이다.
간만에 산책이나 해야겠다.
소파에서 일어난다.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