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규칙 40가지 - 번역 (18)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신의 이름으로,
친애하는 나의 형제 바바 자만에게
신께서 내리는 평화와 복이 당신에게 임하기를 빕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서로 만나지도 참 오래되었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바그다드 외곽에 세운 데르비시 집회소가 신의 사랑과 지혜로 가르치며 많은 놀라운 일들을 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문제를 당신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돌아가신 알라딘 케이쿠밧 술탄(Sultan)께서는 어려운 시대에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주신 탁월한 군주였습니다. 그분의 꿈은 시인과 철학자와 장인들이 함께 평화롭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죠. 많은 사람들은 그 꿈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적의와 혼란이 만연했고, 특히 십자군과 몽골군대가 양쪽에서 공격해오고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죽이고, 기독교인이 기독교인을 죽이고, 무슬림이 기독교인을 죽이고, 무슬림이 무슬림을 죽이는 참상을 말입니다. 종교끼리, 종파끼리, 부족끼리, 심지어는 같은 혈통끼리도 서로 싸우고 죽였습니다. 하지만 케이쿠밧은 단호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콘야(Konya)라는 도시, 대홍수 이후에 처음으로 드러난 이곳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장소로 택했습니다.
바로 그 콘야에 지금 학자 한 분이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이름을 들어봤을 수도 있고 어쩌면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이름은 마울라나 잘랄라딘(Mawlana Jalal ad-Din)인데 루미(Rumi)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립니다.
나는 그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공부를 했지요. 처음엔 그의 스승으로서,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의 멘토로, 그리고 몇 년 후엔 그의 학생으로서 함께 했지요. 네, 맞습니다. 나는 내가 가르쳤던 사람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의 재능과 분별력이 너무도 뛰어나서 내가 더 이상 그에게 가르칠 것이 없게 된 순간, 나는 그의 학생이 되었던 겁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대단한 학자였지만, 루미는 이제껏 어떤 사람도 이르지 못했던 경지에 다다른 학자입니다 : 종교의 외피를 깨고 깊이 파고들어 그 핵심에서 우주적이고 영원한 보석과 같은 진리를 끄집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나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루미가 어렸을 때에 위대한 신비주의자이자 약제사이며 조향사인 파리두딘 아타르(Fariduddin Attar)를 만났을 때, 아타르는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장차 사랑의 심장을 깨워낼 것이며 모든 신비주의 추종자들의 가슴에 불꽃을 던질 것이다.”
또한 유명한 철학자이자 신비주의 작가인 이븐 아라비(Ibn Arabi)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젊은 루미를 보고는 “신께 영광을! 대양이 호수 뒤를 따라 걷고 있군요.”라고 외쳤답니다.
스물네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루미는 영적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오늘날 콘야 사람들은 그를 롤모델로 우러러보며 매주 금요일엔 루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각지에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듭니다. 그는 법, 철학, 신학, 천문학, 역사, 화학, 대수학에 모두 능합니다. 그의 제자는 벌써 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의지하면서 그를 전 세계의 역사, 아니면 적어도 이슬람의 역사를 놀랍게 변화시킬 위대한 선지자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루미는 여전히 아들 같습니다. 나는 그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언제나 루미 곁에서 그를 지켜보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제 늙었고 이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워오고 있으니 그가 반드시 올바른 사람들 속에 있도록 해야 합니다.
루미가 성공했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는 몇 번이나 나에게 자신의 내면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삶에는 무엇인가 빠져 있습니다. 그 공허는 가족도 제자들도 채워줄 수 없습니다. 나는 그가 결코 날 것은 아니지만, 익은 것도 아니라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의 컵은 넘칠 듯 가득 찼지만, 그의 영혼을 열어서 사랑의 물길이 안팎으로 통하게 해 줄 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느냐고 그가 물었을 때 나는 그에게 영혼의 길동무, 도반(道伴)이 필요하다고 답하면서 쿠란의 한 구절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신앙인은 서로 다른 사람의 거울이 된다.”
그 후 어쩌다 보니 우리는 그 주제를 다시 꺼내지 못했고 나는 그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뻔했는데, 내가 콘야를 떠나던 바로 그날, 루미가 나에게 오더니 얼마 전 꾸었던 꿈이 자신의 마음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면서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을 물었습니다.
그는 꿈에 머나먼 낯선 고장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큰 도시 안을 헤매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랍어를 들었고, 눈부신 석양이 있었으며, 뽕나무와 비밀스러운 고치 속에서 참을성 있게 때를 기다리는 누에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자기 집 마당에 있는 자신을 보았는데, 손에 등불을 들고 우물 곁에 앉아 슬피 울고 있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 꿈의 파편들로는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알만한 게 하나도 없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선물로 실크 스카프를 하나를 받았는데, 그 꿈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바 자만, 당신이 얼마나 누에와 실크를 좋아하는지가 기억났던 겁니다. 당신네 공동체의 의례에 대해서 들었던 굉장한 것들이 떠올랐던 겁니다. 루미가 꿈에서 보았던 장소는 다름 아닌 당신이 운영하는 데르비시 집회소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형제님, 당신의 집회소 지붕 아래에 과연 루미의 동반자가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요. 이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경위랍니다.
그곳 집회소에 그런 사람이 정말 있는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자기를 기다리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을 당신에게 부탁드립니다. 만일 당신과 내가 두 강물이 만나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 성스러운 사랑의 대양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데에 미약한 역할이나마 할 수 있다면, 신의 사람인 두 친구가 서로 만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사안이 있습니다. 루미가 영향력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명 있습니다. 더욱이 그가 누군가를 만나 함께 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이성적인 불만과 반대, 경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반자에 대한 루미의 애정은 가족들과 내부 집단에서 문제를 야기시킬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따르는 사람이 누군가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사랑하면 대중들은 필히 그 사람을 증오하고 시기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루미의 도반(道伴)이 된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잘 들어주십시오, 당신께서 콘야로 누군가를 보낸다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루미의 영혼의 길동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하기 전에 정말로 심사숙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신에게 이렇게 어려운 역할을 맡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신께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주시지는 않지요. 당신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걸음을 떼신 것이리라 믿습니다.
믿음의 빛이 당신과 당신의 데르비시들에게 늘 환히 비추기를 소망하며
세이예드 부르하네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