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다시 솟구쳐 오를 때. 비행기가 공항 주변을 맴돌기만 할 때. 팔걸이를 나도 모르는 사이 힘주며 잡고 있을 때.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즐겁게 여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복병을 만난 느낌이죠. 한 번 정도 착륙하지 못하는 건 뭐... 몇 번 있었지만 비행기가 연이어 착륙에 실패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되죠.
'뭐지...?'
저는 그런 순간부터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합니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 주인공 산초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때 '알 이즈 웰'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따라서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오랫동안 교회를 가지 않았지만 하나님도 한 번 찾아보고 반야심경 한 번 읽지 않았지만 부처님도 한 번 찾아봅니다. 더 찾을 분은 안 계시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행기는 활주로에 안착하고 우리를 목적지에 안전히 내려줍니다. 일행들과 괜한 너스레를 떨며 숙소를 찾아갑니다.
"아까 너 표정 봤어? 세상 잃은 얼굴이더만."
"거울 본거 아니지? 근데 알 이즈 웰은 뭐냐?"
"야, 근데 너는 그 와중에 잠이 오더냐?"
"뭔 일 있었어?"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모두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릅니다. 같은 상황을 앞에 두고 누군가는 간절히 기도하고 누군가는 그 와중에 웃음을 잃지 않고 누군가는 모든 걸 다 잊고 잠을 청하기도 하죠.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눈 앞의 상황을 넘어서곤 합니다.
인생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한 발자국 더 내딛으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두고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생기곤 합니다. 눈 앞에서 원하는 것을 놓친 기분, 그 허탈감.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곤 합니다. 인생 참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습니다. 어떤 이는 그렇기에 인생이 재밌다고 합니다. 글쎄요. 저는 조금 더 살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때론 눈 앞에 목적지를 두고 빙빙 하늘을 도는 비행기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의 착륙 순서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죠. 눈 앞에 목적지가 아른거리지만 때론 크게 하늘을 돌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파일럿의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야겠죠. 마음이 급해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면 자칫 사고가 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바퀴가 땅에 닿자마자 거센 바람 때문에 다시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을 마주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비행기가 땅에 내려야 한다는 점, 마냥 하늘을 돌고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바로 이런 상황일지 모릅니다. 목적지가 코 앞에 있지만 가끔은 두 번, 세 번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합니다. 하늘에서 활주로를 바라보면 마음이 초조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한번 시도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언젠가 착륙할 타이밍을 찾게 될 것입니다. 두려워서 망설인다면, 다음 기회가 오기를 막연히 기다린다면 우리는 영영 착륙을 하지 못한 채 계속 하늘을 배회할지도 모릅니다.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시련을 마주쳐야 배울 수 있는 것들
열심히 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가 없을 때, 막상 이루고 보니 내가 원하는 목표가 아니었을 때. 계획은 계획대로 삶은 삶대로 따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진한 허탈감을 느끼곤 합니다.
'내가 뭘 한 거지?'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시련 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만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저 친구들은 쉽게 올라가던데 나는 왜 이렇게 숨이 찰까. 내가 남들보다 못하기 때문에? 능력이 부족해서?'
출처 : KFC 홈페이지
KFC에 가면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커넬 샌더슨, 그는 65세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더 이상 도전할 수 없는 나이라고 생각하는 시기에 커넬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KFC를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만든 애플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자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애플로 돌아간 이후 그는 아이폰 세상을 내놓음으로써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죠. 그들에게는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치킨 레시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이들이 인정받고 빛을 보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커넬 샌더슨은 자신의 치킨 레시피를 거절당하고 집 현관에 앉아 쓴 소주(?)를 들이켰을지도 모릅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를 보고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비아냥 거렸을지도 모르죠. 잡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 나올 때 무슨 기분이 들었을까요?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나 열심히 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들도 시련과 실패가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은 거절과 실패를 경험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실패했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닐까요. 남들보다 많이 넘어져봤기에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요령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나는 그들의 눈부신 성과가 존경스러운 만큼, 그들의 지난 노력의 과정 또한 존경스럽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드시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실패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진가를 알아주는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계속해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영화 "레버넌트" 출처 : 넷플릭스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절대 멈춰 서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16년 영화 레버넌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1994년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이후 거의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닫지 않았던 그는 끊임없이 투쟁하고 극복하는 인간의 정신을 표현한 레버넌트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 밤 이 순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수상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영화배우들이 원하는 아카데미 수상. 디카프리오 또한 평생 아카데미상을 받는 순간을 상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들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지만 그는 아카데미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레버넌트의 글래스와 그의 인생이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디카프리오는 오랜 시간 그의 연기력에 대한 비판에 마주 서야 했습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할 때 꽃미남 같은 얼굴이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그가 대중들에게 꽃미남 배우가 아닌 훌륭한 연기자로서 인정받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대중들의 평가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가 매번 새로운 연기에 도전할 때, 저는 그의 연기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같다고 느꼈습니다.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는 온데간데없고 자신의 삶과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글라스의 모습만이 보였습니다.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자연에 온몸을 던진 그는 더 이상 미남배우 디카프리오가 아닌 훌륭한 연기자 디카프리오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2016년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후 그 영예가 자신에게 주어져야 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그의 인생과 연기는 아카데미를 받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디카프리오를 잘생긴 배우가 아닌 훌륭한 연기자라고 기억합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레버넌트에서 배웠습니다. 커넬 센더슨에게 배웠습니다. 스티븐 잡스에게서 배웠습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절대 멈춰 서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