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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J May 21. 2024

봉안당


 우리 가족의 첫 육지 여행지는 나의 고향 부산이었다.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올 겸, 그리고 깊게 잠들어있는 아버지를 깨울 겸.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깊은 잠에 빠졌다. 당시에 나는 아직 어렸었고 참 많이 울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지만 나도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봉안당 꼭대기층, 봉안실 제 위칸에 자리 잡은 아버지의 사진은 젊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아버지 이웃들의 마지막 순간을 잠시 구경하였다. 누군가의 아빠, 엄마, 형제자매, 아들과 딸.... 다음 생의 만남을 기약하는 불가피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진작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을까.


 다음을 기약하며 봉안당을 떠났다. 1층에는 추모의 글 공모전 수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기 엄마는 한 부녀의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빚을 갚으러 오는 발걸음, 생자들은 망자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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