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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Sep 11. 2024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세상과 연결되는 책방

취향 독서, 책방 큐레이션 - 빈빈책방

빈빈책방은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작은 책방입니다. 처음에는 출판사로 시작해 2021년부터는 동네책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가며 잠시 들르기에는 4층까지 올라와야 하니,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욱 반갑습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간판을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동네책방 탐방이 취미여서 등등…. 이곳까지 발걸음해 주신 손님들에게 여쭤보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많은 분이 “빈빈책방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라고 질문하고는 합니다. ‘빈빈책방’은 빛날 빈(彬)자를 씁니다. 『논어』의 ‘문질빈빈(文質彬彬)’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내면의 충실함이 외형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나 안과 밖이 조화로운 상태’라는 뜻입니다. 즉, 빈빈책방은 빈빈한 사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책방이 문을 연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다양한 사람과 책이 오갔습니다. 처음에는 책방 일꾼들의 취향으로 책방을 채웠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손님들의 취향이 더해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독서 모임, 저자 초청 북토크, 인문학 교실, 독립영화 상영 등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소중한 추억과 이야기도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책방을 방문하신 손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놀랍고 또 기쁘게도 저희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의 바람이 빈빈책방의 지향점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생명과 더불어 사는 삶,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는 마음,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등. 모두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좋은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어갑니다. 책은 혼자 읽어도 내면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읽으며 의견을 나누면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 더해집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걸 넘어서 동네 사람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동네책방이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책방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독서모임과 북큐레이션을 해왔는데, 단연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환경·기후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일상에서 피부에 와닿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빈빈책방은 지금까지 출판사로서 환경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화장실과 물 부족 문제가 어떤 관계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빌 게이츠의 화장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쓴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하는 기후행동』, 쓰레기 문제를 다룬 동화 『도와줘요, 쓰퍼맨!』이 있습니다.

환경책을 출간하고, 소개하고, 함께 읽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고 환경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책방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책방 모임에 참여할 때는 텀블러를 지참하도록 권유하고, 책을 포장할 때는 택배 봉투와 상자를 재사용하고, 책방을 꾸밀 때도 자연물이나 버려지는 박스를 활용합니다. 또 책방에서는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는데요. 브리타 정수기 필터를 모아서 업체로 다시 보내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책방 손님들도 집에서 사용한 필터를 가져오시면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책방 입구에 수거함을 놓았습니다. 브리타 정수기를 쓰지만 미처 필터를 모아 보낼 생각은 못 했던 손님이 가까운 책방에서 이렇게 모아서 보내주니 기쁘다고 이야기해 주시기도 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니더라도, 아주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모이면 변화의 물결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빈빈책방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새삼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물리적으로 꾸미고 정비하는 것은 책방 일꾼들이지만, 책방을 빈빈한 공간으로 채워주는 것은 이곳을 찾아주고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는 분들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빈빈책방을 통해 좋은 책들과 만나고 일상에 활기를 얻어갔으면 합니다. 책을 통해 나와 우리, 그리고 주변과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빈빈책방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중앙로 439 서정프라자 401호

운영 시간 : 월~금 10시~18시 주말·공휴일 휴무

인스타그램 : @bookstore_binbin


정민주 _ 빈빈책방 편집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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