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그리고 생각
연휴 기간 카누 커피로 견뎠는데 설전에 주문한 생두가 어제 도착했다. 오늘 아침 식사 전에 커피를 볶았다. 온 집안에 커피 향이 가득 찼다. 볶을 때는 구수한 맛이 나더니 갈 때는 상큼함과 새콤한 과일 향이 느껴진다. 새로운 커피라 맛이 궁금하다.
커피한약방에서 마신 첫 커피 맛의 기억에 이끌려 콜롬비아 슈프리모 생두를 주문했다. 아침부터 커피를 볶고 갈고 내린 커피를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신다.
“좋다! 콜롬비아 메델린 슈프리모 커피맛이 좋다.”
“봄기운이 감도는 바깥공기와 함께 마시니 더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나의 작업실 愛堂에서 마시는 커피다. 창밖 풍광과 여유로움으로 마시니 좋을 수밖에 없다.
이리 좋아하는 나만의 커피에도 변천사가 있다. 20대의 커피는 커피와 프리마와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프리마 커피였고 30대의 커피는 필립스 커피메이커로 내린 헤이즐넛 커피였다. 그때는 원두커피 하면 헤이즐넛향이 나는 커피밖에 몰랐다. 40대 어느 날 아파트 장날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를 팔았고 맛을 봤다. 새로운 커피 맛을 느낄 때는 늘 신세계를 경험한다. 그 후 오랫동안 나에게 커피는 예가체프였다. 그리고 잠시 비싼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에 정신 팔다가 최근에는 콜롬비아 슈프리모에 관심을 옮겼고 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브런치를 열었다. 서로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의 커피에 대한 글을 읽었고, 친구와 통화하는 중에 친구도 커피를 마시면서 나와 통화하고 있음을 알았다. 한 공간에 있지 않지만,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은 함께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마음이 그들에게 옮겨진다.
아직도 차갑지만 봄의 향이 느껴지는 풍광과 콜롬비아 슈프리모의 향이 어우러져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