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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 Oct 31. 2022

퇴사, 유행보다는 본질

KBS 시사기획 창 다큐멘터리 <MZ, 회사를 떠나다>를 보고

출처 ; 다큐멘터리 <MZ, 회사를 떠나다> 스틸컷



노동의 본질은 변화했다.


경제적 수단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예전의 노동이었다면,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지금의 노동이다. 젊은 세대가 추종하는 노동은 쉽고 편안한 일이 아니라 나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들의 퇴사는 유행이 아니라 진정 나를 위한 일을 찾으려는 자아의 본질에 가깝다. 노동 시장의 30-60%를 차지하고 있는 MZ세대들이 오랜 기간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점을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업장이 개개인의 노동력이 존중되고 성장의 발판이 되는 근무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은 배달 플랫폼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 11가지'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왜 그토록 젊은 구직자에게 선망받는 기업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강령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 솔루션 없는 불만만 갖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 불만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불만만 생기는 시기에는 회사를 떠나는 게 맞다고 말한다. 오히려 퇴사해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니 젊은이들은 우리의 일 가치관을 공감해 주는 회사라 인식하며 해당 기업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쉽게 시작해 쉽게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때보다 진지하고 골똘하게 일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세대이다. '일잘러'가 되는 방식을 공유하는 플랫폼부터 성장 습관을 잡아주는 챌린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각종 뉴스레터와 구독 서비스들까지. 성장하고 싶은 직장인들은 다른 산업 다른 직무의 사람들일지라도 삼삼오오 모여 모임을 이루고 그 안에서 공부해 나가며 부단히 성장해 나간다. 노동이 점차 개방되고 기회의 장이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퇴사 러시는 젊은이들의 기초 체력 약화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구조에 맞게 노동 시장이 급변하는 단편적 현상임을 체감할 수 있다.


나조차도 고민의 양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단지 네임밸류가 있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명성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와 비전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조직이 어디일까 고민하게 된다. 심지어 그 조직이 꼭 기업의 형태가 아니라도 괜찮다. 비전을 확고히 수립한다면 자연스레 경제적인 것들이 따라올 거라 믿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면 왜 모두들 성장을 그리도 중요시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기저에는 여전히 '자아실현'이 있다.


계속해서 내가 누구인지 정의해야 하고, 나를 분석해야 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일을 했을 때 내가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산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은 나의 천성 또는 노력과 맞바꾸는 메커니즘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무언가가 갖춰져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노력해서 위로 올라가 쟁취해야 한다. (물론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온전한 행복이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니까) 제자리걸음만 해도 뒤처지는 계주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하고 뛰어야만 한다. 하지만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장기 마라톤이지 않는가, 젊은이들은 이 점에 집중하게 되었다. 낙오되지 않으면서도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폐활량을 비롯해 수많은 인프라와 환경이 필요하며, 이러한 제반 사항이 온전히 갖춰져 있는 환경에서 달리기를 원한다. 그것이 인생을 현명하게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은 거다.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성장해야 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위해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성장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노동의 양상이 변화하는 과도기에 놓인 젊은이들을 사회가 좀 더 포용하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과거에는 일을 위해 나의 행복을 과감히 버렸다면, 현재는 일 안에서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더 나은 노동이 이뤄지는 세상을 주기 위해 변화를 넘어 변혁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는 것이고 언제나 나 자신을 비롯해 그들을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나의 인생 속 크고 작은 행복에 집중하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일을 찾기를 바란다.









콘텐츠

KBS 시사기획 창 다큐멘터리 <MZ, 회사를 떠나다>는 아래에서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9AkUwV2kAQ


글 연재 패턴

1주차 - 신문 기사나 사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씁니다.

2주차 -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여 자유롭게 에세이 형식의 논픽션 글을 씁니다.

3주차 -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여 자유롭게 소설 형식의 픽션 글을 씁니다.

4주차 - 콘텐츠 (영화, 드라마, 도서, 영상 콘텐츠 등) 를 보고 느낀 감상을 글로 씁니다. (본문 글은 여기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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