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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 Oct 13. 2022

기억으로 이루어진 영혼

기억이 주는 힘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면을 통해 17 전의 기억을 더듬는 장면을 보았다. 당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목격자가 기억을 하지 못해 최면을 걸어  시절로 돌아갔고 사건과 관련된 일부 단서를 찾을  있었다.  신기하다,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우리의 뇌는 꾸준히 보관하고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의 기억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사진첩을 뒤져서  그땐 그랬지 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점점 잊혀 가는 것들이 많구나 하고 괜스레 세월이 야속해진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전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꺼내게 된다. 다른 친구들은  기억하는데 나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억력이  좋지 못한 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 잊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때로는 허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기억들이 (나는 기억을  할지라도) 고스란히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단지 출력에 어려움이 있을 , 매분 매초 나는 나를 기록하고 있다.


 때로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상상을 한다. 반대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그렇게 되는 상상까지도. 그럴 때마다 사람에게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 낀다. 경험과 기억들이 모여 스스로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수십  동안 구축해  세계가 송두리째 무너진다니. 상상만 해도  슬픈 일이다.


 영화 <카시오페아>에서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영혼이 없는 육체'라고 일컫는다. 기억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영혼이다.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극히 인간적이다. 일부는 잊고, 일부는 기억한다. 그렇더라도 보다 많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일부를 조금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기록해야겠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그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오늘도 나의 영혼을 구축해 간다.








키워드

위 글은 '기억'이라는 키워드로부터 출발한 논픽션 형식의 글입니다.


글 연재 패턴

1주차 - 신문 기사나 사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씁니다.

2주차 -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여 자유롭게 에세이 형식의 논픽션 글을 씁니다. (본문 글은 여기에 해당)

3주차 -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여 자유롭게 소설 형식의 픽션 글을 씁니다.

4주차 - 콘텐츠 (영화, 드라마, 도서, 영상 콘텐츠 등) 를 보고 느낀 감상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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