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ALAGA, SPAIN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부 해안도시 말라가에 도착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들어봤지만 그 이외의 도시는 다 생소한 이름들.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동생에게 전화로 여행할 도시를 불러주었더니
축구팀으로 아는 도시들이 많다고 했다.
말라가에 도착하자마자 이전 도시와는 느낌이 확 다른 것이 느껴졌다.
어딘가 모르게 여유로운 남부도시의 분위기.
보라색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너머로 보이는 푸른 지중해.
사람들 역시 더 쾌활하고 느슨하게 보인다.
확실히 휴양지다운 안정감이었다.
해산물이 풍부한 항구도시에 왔으니 저녁은 역시 해산물로 낙점.
왁자지껄한 콘스티투씨온 광장 근처에 작은 골목길을 찾아 들어가면 해산물 음식점이 즐비하다.
우리가 찾아간 음식점은 골목의 끝처럼 생겨서 여러 길이 이어지는 곳이었는데,
음식점 앞에 테이블이 어지러히 나와있었다.
웨이터 할아버지들(스페인에서는 젊은 웨이터보다 나이든 웨이터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중에
가장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 당당하게 걸어오셔서 이것저것을 추천해주신다.
다양한 해산물을 볶고, 튀기는 그림 메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다시 오셔서 메뉴에는 없지만 네가 관심 있으면 다른 것들도 보여주겠다고 하셔서
따라갔더니 아귀 같이 생긴 생선부터 가재처럼 생긴 게, 빨갛고 큰 새우 등이 있었다.
일단 메뉴를 고민하는동안 여름밤에 어울리는 차가운 화이트 와인을 시켜놓고,
레몬을 곁들여 먹는 석화와 올리브유에 끓여 매운맛을 낸 새우 요리를 시켰다.
이 새우요리는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스페인 음식점에서도 종종 보이는 요리로 스페인에서 아주 흔한 요리다.
이 새우가 들어간 올리브유에 빵을 적셔먹으면 적당히 매콤한 것이 입맛에 딱이다.
이런 요리들은 다 사이즈가 작아 금방 해치우고 난 다음
또 무엇을 시킬까하고 옆 테이블을 엿보다가
철판에 볶은 꼴두기 요리Chophito plancha와,
메뉴에 없어 구경하러갔던 가재처럼 생긴 게 요리를 시켰다.
사실 이 게는 바르셀로나 새우왕에 갔다가 처음 봤는데
꽤 맛이 있어서 궁금했던 차에 발견하게 된 것.
웨이터 할아버지께 저 게의 이름이 뭐냐고 여쭤보니 씨갈라스Cigalas라고 알려주셨다.
유쾌한 할아버지 웨이터들과의 대화, 가끔씩 지나가는 거리 공연가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귀에 울리는 스페인 골목길에서
각종 해산물을 조금씩 배부르게 먹으면서 화이트 와인을 홀짝이고 있으니
비현실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드커버 양장본
식도락가 아미씨의 일러스트 기록
<EAT, DRINK, SPAIN!>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