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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지만특별한 Nov 07. 2023

패랭이를 만날 때 기쁨

바람과 햇살과 양분으로2(씀1)

직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뒤뜰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나름의 우리만의 정원을 가꾸었다.

생애 태어나 내가 뿌린 씨앗으로 만든 첫 정원이기에 정원 안에 꽃들이 잘 자라기를 바랐다. 마음의 비례만큼 시간을 들여 점심마다 가서 잡초를 뽑고 정성스레 물을 주었다.


어느 날 작은 입들이 땅을 뚫고 나오더니 며칠이 지나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패랭이 꽃대가 보일 때마다 신기해하며 "얘네 봐, 이넘 꽃대가 많이 올라왔네" "곧 꽃을 보이겠는걸"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런 바람과 다르게 꽃대만 올라온 채 꽃은 보지 못하였고 시간을 드리고 바란만 큼 실망도 컸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패랭이는 꽃대를 보였다.

올해는 패랭이를 만날 수 있을까?


직장에서 나의 노력에 비례하여 나타나지 않는 성과,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들과 그것이 채워지지 않을 때 헛헛함으로, 때로는 심심한 사람들이 이야기로 비교 아닌 비교로, 관계에서 실망으로 그런 것에 대해 반하는 무언가를 나는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비슷한 고민들을 나와 같이 하고 있는 지인은 어느 날 내게 말하였다.


 " 들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향기를 내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 들꽃이요"

어쩌면 우리는 들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존재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실망하지 말아요.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씁쓸함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봄.

 작년에는 꽃대만 보였던 패랭이는 보란 듯이 잔잔하고 예쁘게 꽃이 피며 더 튼실하게 넓게 퍼져 나갔다.

재작년 뿌렸던 씨앗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물을 머금어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발아 뒤 꽃을 피운 것이다.  패랭이에게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단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이 있어야  더 튼실하게 아름답고 은은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생명의 위대함과 함께 패랭이가 내 삶을 위로해 주는 듯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지인에게 내가 키운 꽃사진을 보내며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작년에 복지관 뒤 정원에 심었는데 이렇게 씨앗이 퍼져서 작년보다 튼실하고 예쁘게 꽃이 피었어요. 작년에는 살짝 실망했는데 이렇게 꽃 피우니 감사하고 기쁘더라고요.

우리도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더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더 아름답게 꽃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아름답게 꽃 피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만 그것을 모를 뿐다.


그러니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의 시간에 집중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가봐야겠다. 조급한 마음으로 놓쳤을 우리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놓치지 말고 사랑해 봐야겠다. 


'인사이드 아웃' 영화여러 감정들이 나온다. 슬픔, 분노, 기쁨이 감정이 우리 행동을 주관하며 삶에 영향을 미친다. 픔을 느끼는 것이 두려워 슬픔을 거부한 채 쁨이라는 감정만이 내 삶을 차지하게 하려고 할 때 그것이 흘러넘쳐 좋을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부정적인 것은 분출되지 못하고 내 안에서 소용돌이쳐 삶을 어그러 틀이고 헤매게 한다. 슬픔이 삶의 일부분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며 흘려보낸 뒤에 비로소 기쁨을 맞이할 때 더 빛나게 된다.

'무지개'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다양함이 있기에 아름답다. 무지개가 더 빛나고 밝아 보이는 건  보라색이 대비로 다른 색이 선명지기 때문다.

[*노색 등은 기쁨을 보라색은 슬픔을 상징한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매년 사순시기 회개, 절제, 희생하며 기쁜 부활을 맞이한다.  십자가의 희생과 사랑, 죽음 뒤에  부활이라는 영광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흔히  것, 인정받는 것, 영예로운 것만을 바라지만  어지는 아픔 없이는 영광이란 것은 주어질 수가 없다 생각한다


 모든 삶이 어우러질 때 기쁨은 빛이 나는 것이며 기쁨만 있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 것이니 혹여 실망하는 일이 생기면 이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패랭이처럼 잔잔하고 은은하게 꽃 피워 지나가는 이들이 발을 붙들어 그 발에 향기를 입히고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띠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고 있고 찬란한 기쁨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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