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글로벌 연인
채은과 루크
요란한 기침감기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몸살이 나고 입술이 부르텄다. 노작가한테 연락이 왔다. 채은이 남자친구가 한국에 왔다고. 5월에 네덜란드에서 만났으니 대전에서도 만나야 했다.
우리는 12월 31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오전에는 꼭 잠을 잔다. 하지만 그날은 글로벌 연인 앞에서 기침하지 않으려고 일찍 병원 가서 주사 맞고 기침 억제제를 처방받아 그 자리에서 먹었다.
채운과 루크를 만났다. 멀리 있는 조카딸과 조카사위를 맞는 것처럼 반가웠다.
루크는 우리나라 풍경, 문화가 친근하고 특히 음식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뭐가 그렇게 맛있었느냐니까 각종 나물과 잡채, 생선 내장이 골고루 들어간 해물탕이라고 했다.
“전생에 조선 사람이었나 보다!”
채은이 깔깔 웃었다.
루크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 채은이 통역해 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월남 쌈 뷔페식당
둘은 얼음 들어간 과일 주스 종류만 좋아하고 예상보다 아주 적게 먹었다.
공학을 전공하는 루크는 6월부터 수원인가 평택에 있는 대학에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말하는 루크를 가만히 보며 헤어스타일이 참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루크가 머리 감을 때 물로만 씻는다고 했다. 깜짝 놀라서 채은에게 머리 냄새 안 나대? 하고 물으니까 매일 감아서 괜찮았다고 했다. 어쩐지 떡진 것처럼 이상하더라. 그런지는 꿈에도 모르고 멋 내기 위해 헤어 제품을 바른 줄 알았다.
루크가 자기주장을 펼쳤다.
“원시인들은 세제 없이 머리 감았어도 숱 많았어요. 그래서 샴푸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네덜란드 청년한테도 자연인 기질이 있었던 것이다.
세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딱 한 가지 환경보호 차원에서만 장점이고 두피 염증 유발이나 탈모를 촉진할 수 있고 외관상 아름답지 않은 등 단점이 훨씬 많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루크가 머리를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그런가? 나도 샴푸 써야 하나?”
나와 헤어지면 둘은 조용한 카페로 간다고 했다. 대산문학상 공모 대학생 소설부문 최종심까지 올랐던 채은은 글을 쓰고 루크는 항공 공학 공부를 할 거라고 했다.
서로 사랑하며 함께 발전하는 글로벌 연인.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나.